상세정보

  • 작가이름

    이지영
  • 전시명

    《STAGE OF MIND: OBSESSIVE COMPULSIVE》
  • 기간

    2013. 05. 09 - 05. 29
  • 장소

    OCI미술관

전시서문

이지영의 페인팅-조각-설치 그리고 사진


혹은 마음의 방


 


오랜 옛날부터 인간의 마음은 공간으로, 공간처럼 묘사되었다. “탐욕으로 가득 찬 마음을 비우라”는 불교의 가르침으로부터,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 나비가 되어 그대 마음에 날아가 앉으리”라는 노랫말에 이르기까지 마음은 공간에 빗대어졌다. 수녀 이해인은 마음을 방과 동일시하며, “내 마음의 벽 위에도/’기쁨’이란 달력을 걸어놓고/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는 <내 마음의 방>이라는 시를 쓴다.


 


사실 방이 마음의 공간으로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방은 어느 무엇보다도 그 거주자의 경제적 여건, 생활습관, 미적 취향, 마음의 상태를 징후처럼 드러내기 때문이다. 호화스런 가구는 거주자의 부를 나타내며, 바닥에 내던져진 양말과 속옷은 규율에서 멀어진 생활을 지시한다. 벽에 붙은 재즈, 펑크 가수의 브로마이드는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가치관을 드러내며, 언제나 커튼이 드리워진 방은 고독하고 폐쇄적인 거주자의 성격을 암시한다. 따라서 어느 작가가 타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자기 표상을 위해 어느 특정 공간을 선택한 후 그곳을 자기 방으로 연출, 구성한다면, 그곳은 분명히 그/그녀의 미학적 입장, 내면성 혹은 세계에 대한 태도를 일정 부분 혹은 상당 부분 드러내기 마련이다. 작가 이지영은 그녀의 개인전들을 통해 이를 분명히 했다. 자신이 꾸민 무대, 작가가 출연한 방 혹은 작가를 대신해 모델이 연기하는 공간은 그녀의 ‘stage of mind’라고.


 


이지영의 마음의 방 혹은 내면의 무대는 페인팅-조각-설치작업 이후, 모델이 등장하며 완성되는 연출사진staged photography이다. 이 복합적이고 중층적 작업은 모더니즘 미술이 고집한 매체의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애호하는 매체혼합, 이종교배의 전형으로 사실 이제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이지영의 작업 방식은 세계적 대가의 반열에 오른 샌디 스코글런드Sandy Skoglund(1946년생)의 그것과 많은 부분이 겹쳐 있다. 우선 실제 현실의 오브제 혹은 공간을 참조하지만, 강박관념적인 색과 형상의 반복으로 그것을 비일상적인 현실, 환영의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양상이나, 페인팅은 물론이고 연출에 필요한 소품들을 손수 제작하는 깐깐한 부지런함도 동일하다. 공들여 제작한 무대에 모델을 배치한 후 최종 사진을 찍음으로써, 힘겨운 무대 연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도 동일하다. 그러나 다른 점들도 있다. 미국 작가는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연출무대를 최종 사진과 함께 전시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스코글런드는 무대를 이동 가능한 것으로 제작했다. 그리고 공들여 만든 주요 소품을 주형용 수지casting resin처럼 항구적 보존성을 지닌 재료로 제작하여 별도의 ‘작품’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반면 이지영의 경우 연출무대는 그녀의 작업실 토대 위에서 제작되었기 때문에 전시장으로의 이동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녀가 사용한 소품들은 그 자체로서는 독립성을 가질 수 없는 일종의 부품적 성격을 띠거나, 스티로폼, 골판지 같은 물질로 만들어져 보존성이 취약하여 각개 판매가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두 작가의 중요한 차이점은 스코글런드의 연출사진에는 자전적autobiographical 요소가 배제되어 있는 반면, 이지영의 경우에는 거의 모두가 자전적이라는 점이다. 그녀가 연출한 무대는 ‘my’ ‘stage of mind’인 것이다.


 


최신작 는 이지영과 스코글런드의 작업 방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바닥과 벽, 배관 모두는 주의, 경고를 표지하는 노란색 바탕의 검정색 사선이 강박관념처럼 반복되고, 배관들의 과도한 밀집성과 그 연결의 단절로 뿜어져 새나오는 수증기는 대형 기계실을 암시함에도 불구하고, SF 영화 혹은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의 액션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 북새통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여자는 조금도 급박하지 않다. 혼란을 수습하려는 제스처를 쓰지만, 상황에 대처할 의지도 물리적 힘도 박탈된 듯 보인다. 그리고 커다란 검은 개도 무심히 혹은 무력하게 무대 왼쪽 밖으로 느릿느릿 나간다. 검은 옷을 입은 여자와 검은 개의 명확한 관계 설정은 거의 무망해 보인다.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려는 어떤 제스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 상이한 방향을 향하기 때문이다. 되풀이되는 주의와 경고의 표지를 바탕으로, 멎을 것 같지 않은 수증기의 배출 속에서, 즉 위기와 위험의 상황 속에서 말이다. 되풀이되는 연결과 소통의 단절, 이것이 야기하는 혼란은 이지영의 연출무대에서 스코글런드를 연상케 만든다.


 


그런데 이지영은 이 소통의 단절과 혼란의 무대가 자기 내면성의 연출임을 작품제목, 를 통해 분명히 한다. 스코글런드의 연출사진처럼 현대사회, 작가를 포함한 일반 현대인이 겪는 소통의 부재, 종말론적인 소외를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지영의 그것은 오직 ‘나의my’ ‘화학적 연애담chemical romance’의 연출이라고 명시한다. ‘my romance’의 종말, 실패가 야기한 무관심, 무기력의 ‘화학적chemical’ 연출인 것이다. 삐걱거리며 끝장난 ‘나의 연애담’의 무대를 연출한 ‘화학’ 물질은 당연히 노란색과 검정색 페인트, 플라스틱 배관들 그리고 수증기처럼 기화하는 글리콜액(glycol-based fluids)이다.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인 모두는 생존과 자기이익을 위해 매일 서바이벌 게임을 하지만, 이지영이 연출한 ‘gamer’는 일반 사회인이 아니다. 사출한 대형 레고 블록으로 홀로 색을 맞추며 새로운 형태미를 구상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이지영이 2011년에 연출한 는 일반 현대인의 생존경쟁을 표상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을 자신의 직업으로 선택한 이지영을 표상하는 것이다. 물론 예술가 역시 사회 속에서 타자와 ‘게임’을 한다. 예술가의 목표도 사회적 생존과 성공이지만, 그 과정은 색과 형태와의 무사무욕한disinterested 거래를 통해서이다. 예술의 수단과 방법, 더 나아가 테마는 레고 블록처럼 기성품으로 주어지지만, 그것들을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취향에 맞게 선택하고 조합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이지영은 페인팅-조각-설치-사진이라는 예술에 있어서 레이디메이드 레고 블록들을 선택해 2007년 이후 작업해오다, 2013년과 더불어 새로운 레이디메이드 레고 블록을 그녀의 작업에 추가했다. 비디오이다. 의 해체과정, 작가의 용어를 빌면, ‘deinstallation’을, 구성construction의 과정처럼 거꾸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해체deconstruction의 시간을 구성의 시간으로 바꾸어 상영하는 것이다. 스코글런드와 차별성을 부각하는 새로운 레고 블록으로 시간을 거꾸로 거스르는 비디오 작업을 선택한 것이다. 분명히 레고 게임은 이지영의 작업과 흡사하다. 평면구성이 아니라 공간 유희이며, 그녀가 탐구하는 유년시절과 맞닿아 있고, 레고는 언제나 이지영의 예술처럼 새로운 디자인, 현대적 취향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2010년 작 은 레고 게임처럼 유년시절의 경험을 ‘stage of mind’의 한 주제로 삼는 이지영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어린이-성년의 연기는 벽, 바닥, 옷장, 소파, 탁자는 물론이고 대형 못핀, 커터, 잔들도 체커보드의 격자문양을 반복하는 무대에서 일어난다. 바닥과 벽은 융기, 굴절되어 탁자는 기울어져 쓰러졌고, 못핀과 커터는 공중을 난다. 현기증 나는 그곳에서 여자는 옷장 속으로 몸을 숨기려 한다.


 


옵티컬 아트optical art의 형상figure/배경ground의 착시효과를 차용한 은 어지럽고 위협적인 외부환경으로부터 안온한 밀폐공간으로 도피하려는 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를 현대적으로 개작한 이미지임에 틀림없다. 적대적인 삶의 조건에 직면한 성서의 요나가 커다란 물고기의 뱃속에서 위험을 피하듯이, 의 여자는 – 이지영의 작업은 거의 언제나 자전적이기 때문에 몸을 숨기는 여자는 작가의 분신이다 – 굴곡지고 요동치는 공간으로부터 옷장으로 도피하고자 한다. 고래의 뱃속처럼, 어머니의 자궁처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그녀를 안전하게 보호해줄 퇴행regression의 공간을 찾는 것이다. 작가 는 옵티컬 아트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정도의 예술적 역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언제나 회의하고, 자신을 공격하듯 요동치는 예술계에 두려움을 갖는다. 그래서 어머니의 뱃속처럼 안온하고 어둑한 옷장-자궁 속으로 몸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이지영에게 있어서 예술적 성공의 욕망과 실패의 두려움은 ‘stage of mind’의 라이트모티프leitmotif이다. 이나 , , 의 변주곡들variations이다. 이 작업들을 통해 작가는 예술의 공포를, 예술계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욕망을 탁월한 무대장치로 연출한 후, 예술가로서 사회적 인정을 받으려는 모순된 시도를 도모한다. 그러나 그 시도는 언제나 충분치 않고, 예술가로서의 자기성취는 언제나 더디기만 하다. 그리고 예술의 두려움은 계속적으로 작가를 위협한다. 최신작 는 이러한 작가 이지영의 모순된 ‘stage of mind’의 탁월한 연출이다.


 


벌집 속에서 한 여자가 주저앉은 채 밖을 지켜보고 있다. 옷 색깔은 주변 육각형 벌집 방의 색과 유사하여 흡사 보호색처럼 느껴지고, 긴 머리 역시 속이 빈 벌집 방과 구별되지 않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가 힘들다. 오직 벌집 방 하나를 통해서만 여자의 이마와 눈썹이 조금 선명히 보일 뿐이다. 그런데 이 벌집-무대 속에는 어떤 수벌과 일벌들의 형상이 전혀 없다. 그래서 마치 새로운 여왕벌이 주인공 여자만 남겨두고 모든 벌을 끌고 나가 분봉을 했다는 인상을 준다. 꽃가루와 꿀이 넘치고 유충이 번식하는 활기찬 벌집이 아니라, 한 여자-여왕벌만이 버려진 벌집에 남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지영이 제작한 무대 속에 자리 잡은 모델은 언제나 작가의 분신인 까닭에, 이 황량한 벌집은 작가의 마음의 방에 다름 아닐 것이다. 예술의 자양분이 메말라가는 폐허의 방, 밀랍조차 생기를 잃어가는 불임의 방, 그 안에 작가가 망연자실 앉아있다. 그렇게 앉아 또 다시 밖을 보며 작가는 여전히 도래하지 않는 예술적 성공과 망막한 삶을 또 다시 자기 예술의 원천으로 삼아, 벌들이 날아들고 꿀과 밀랍이 흐르는 자기 예술의 도래를 꿈꾸는 것이다. 이지영의 결핍은 언제나 예술가로서의 자기성취의 욕망에 연결되어 있다.


 


이지영의 연출사진들은 분명히 예술가의 삶의 조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소산임에 틀림없다. 회의와 결핍 등이 강박관념적인 색상과 형태의 반복 속에서 스멀거리며, 환각적인 현실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 힘겨운 예술에 대한 좌절이 은연중에 스며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에 지친 예술가의 삶을 진술하는 작업들은 의문의 여지없이 이지영의 수작들로 남는다.


 


이지영이 한국미술사의 주요한 인물로 남을 가능성은 커 보인다. 우선 매체에 의한 전통미술의 경계를 해체하고 통합한다는 점에서 그녀의 작업은 파격적이고 도전적이다. 그리고 장인적 기예 없는, 허망한 개념주의적 작업이 설쳐대는 작금의 미술계에서 그녀의 작업은 손의 노고와 정교한 기예가 결합된 작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그녀의 예술적 역량은 페인팅-조각-설치-사진-비디오 등 현대미술 매체 전반에 걸쳐 있으며, 컨셉 역시 현대성과 아울러 깊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업방식을 약술하면서 글을 맺기로 하자. 작가는 2-3개월에 걸쳐 조형, 설치작업을 한 후, 그 세팅작업을 디지털카메라로 테스트한다. 아울러 모델들의 배치를 고려하면서 최종 촬영의 조건을 모색한다. 그리고 모델의 위치와 자세를 조정해나가면서, 4×5 인치 원판 필름으로 사진을 연출사진을 확정한다.


 


- 최봉림 (사진비평가, 작가)


 


 


 


 


 


작가 약력


 


학력


2009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 석사 졸업


2007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13 Stage of Mind: obsessive compulsive, OCI미술관, 서울


2011 Stage of Mind, 브레인 팩토리, 서울


2010 BELT 2010: DAZED; Stage of Mind, 동산방화랑


2009 DAZED; Stage of Mind, 공근혜 갤러리


 


단체전


2012 한국현대미술 -시간의 풍경들展,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경기도 성남


청년예술100, Enjoy Museum of Art, SZ Art Center, 베이징, 중국


Interconnected segment, 아트게이트 갤러리, 뉴욕, 미국


여름생색 전, 공아트스페이스, 서울


현대미술사용설명서 전, 포스코미술관, 서울


AR festival, 아시아출판정보문화센터 다목적홀, 파주출판도시, 경기도 파주


소버린 아시안 아트 프라이즈 2011전, Pearl Lam Galleries, 상하이, 중국


스타워즈-에피소드 Ⅴ전, UNC 갤러리, 서울


맛의 나라, 양평군립미술관, 경기도 양평군


소버린 아시안 아트 프라이즈 2011전, The Rotunda, Exchange Square, Central,


홍콩


2011 오래된 집 재생 프로젝트3, 오래된 집, 서울


맛있는 미술 2011 Art & Cook, 세종문화회관, 서울


Casting memories, 아트게이트 갤러리, 뉴욕, 미국


서울사진축제 포토리뷰 전,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서울


Worldwide@Young Portfolio, 키요사토 사진미술관, 키요사토, 일본


IYAP 2011_스펙타클의 사회,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 서울


Manner of seeing, 갤러리 보다 컨템포러리, 서울


Young Portfolio Acquisitions 2010, 키요사토 사진미술관, 키요사토, 일본


이상한 나라의 child, 시안미술관, 영천


제 12회 사진비평상 수상자 전, 갤러리 이룸, 서울


Insa art festival_Art to Design, 인사아트센터, 서울


2010 파이낸셜뉴스 미술제_현대미술 110인 초대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2009 세로토닌Ⅱ전_아름다운 세상을 부탁해,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서울


Between the wormhole, 갤러리 이룸, 서울


어울림_너른 고을에서의 아름다운 만남,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동강국제사진제 젊은사진가전: 마술피리, 영월군의회, 영월


Real and Unreal, 갤러리룩스, 서울


Post Photo, 토포하우스, 서울


2008 Post Photo, 토포하우스, 서울


2007 Post Photo, 토포하우스, 서울


 


레지던시


2011 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 스페이스 캔, 서울


 


수상


2012 2013 OCI YOUNG CREATIVES, OCI미술관


제 1회 가송예술상 입선, 동화약품


퍼블릭아트 선정작가


2011 제 12회 사진비평상 수상


2010 파이낸셜뉴스 미술공모전 특선


Photo belt 선정작가, 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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