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0–18시
작가이름
빈우혁전시명
《Stirring Still: 마음을 흔드는 고요》기간
2014. 05. 08 - 06. 04장소
OCI미술관상실의 풍경: 불가능한 친밀함에 가려진 치유본능
캔바스 위에는 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나무 사이로는 넓은 호수가 있고, 그 위로 숲과 하늘이 비친다. 가끔 표지판이나 철망, 사람의 흔적이나 건물의 일부 등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숲은 이런 기호들과 함께이든 아니든, 왠지 낯선 풍경이 된다. 우리 주변에 존재할 것 같지만, 이전에 보아온 숲의 느낌과는 거리가 있는, 그래서 현실 속 존재가 의심스러운 숲, 그것이 작가 빈우혁이 그려내는 숲이다.
이번 전시에서 빈우혁은 그가 자주 방문하는 숲들을 그렸고, 구체적인 장소가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작가는 주로 캔바스나 종이위에 목탄으로 그림을 그렸다. 간간이 아크릴로 부분을 칠하기도 했지만, 색의 사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의 숲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마치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퍼 다비스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의 장엄하고 아름답지만 인간을 압도하는 힘이 느껴지는 화면처럼, 그의 작품은 인적이 없고 고립된 원초적 자연의 모습처럼 보인다.
그 낯설음의 첫 번째 요인은 서사적 시간의 부재이다. 우리가 경험한 실제 시간과 거리가 먼, 그것 밖에 존재하는 이곳에는 바람이 지나는 소리, 동물의 움직임, 바스락대는 어떠한 소리나 실재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공기의 흐름이 단절된 듯 보이는 자연은 그래서 더욱 낯설다.
빈우혁은 작품 제목에 때때로, 더러운, 자살, 경계 등의 단어를 삽입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림의 구체적인 감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그림들을 그의 감정에 의존해서 그렸다. 우울한 날, 외로운 날, 슬프거나 기쁜 날 등, 어떤 감정이 그를 자극할 때, 그는 숲을 방문했다. 그 숲은 빈우혁의 감정을 촉발시킨 원인 제공 처는 아니지만, 그의 감정과 연관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작가의 작법은 매우 특이하다.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고, 그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림으로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빈우혁의 작품은 결국 작가의 심리적 상황, 내면적 복합성, 기억 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상처의 감정과 치유의 기원
빈우혁은 작업노트에 자신의 기억 속 삶에 대해 담담히 적어 내려간다. 유복하거나 따뜻하거나 편안하지 않았던 삶의 여정이 지나치게 솔직하게 기술된 그의 작업노트를 보고 있으면, 작품 뒤에 가려진 그의 감정 상태를 느낄 수 있다. 유년기이후 계속된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작가의 중요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상처는 현재가 과거를 자극하거나 과거가 현재를 자극하는, 탈-단선적 시간 안에서 복합적인 관계를 통해 억압되거나 은폐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외상들은 매우 은밀하고 끈질기게 반복해서 우리를 정신적 고통 속에 몰아넣는다.
원래 밖에서 들어온 자극에 의한 상처를 의미하는 트라우마(외상)는 신경계의 보호방패가 균열되면서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적절하게 묶어주지 못하는 병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트라우마, 외상은 실재 일어났던 사건이 주체의 억압된 욕망을 자극하면서 형성되는 심리적 작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외부의 구체적 사건보다는 내재된 복잡한 심리적 관계 안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주로 유아기의 좌절되고 억압된 욕망에 기인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단계의 서사적 시간 밖에, 의식의 범주 밖에, 기호로 치환되는 현실 밖에 존재하는 트라우마는 제대로 언어화되지 못한다.
주체가 트라우마 장면을 회상할 때 언캐니(uncanny)가 발생한다. 익숙함이 억압된 심리적 거리를 프로이트는 <언캐니>라고 규정했다. 언캐니는 보편적이고 평범한 장면이지만, 억압된 심리적 상황에 의해 왜곡되거나 이상하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무언가 낯익지만 낯선, 평이한 사물 뒤에 숨겨진 생경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불가능한 두 가지 감정의 동시 발생이 언캐니의 현상인데, 트라우마가 회귀하면 언캐니한 구조를 갖고, 지연된 작동을 통해 반복되는 이미지로 재구성 된다.
친밀함이 가려지거나 은폐된 상황, 그래서 익숙한 풍경안의 낯설음이나, 무언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대상의 모습을 언캐니의 표현으로 본다. 이 기묘한 친밀함과 거리감을 동시에 주는 풍경이 바로 빈우혁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상반된 두 가지 느낌과 내용이 공존하는 상태
트라우마에 맞서, 주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엄밀히 말해서, 기호화 될 수 없는 외상에 대한 방출은 무의식적 행위로 나타난다. 의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무의식적 반응은 언어적으로 명료하게 구체화 시킬 수 없다. 그가 그리는 숲은 단순히 인간이 마주한 원초적 자연을 넘어선다. 그를 구성하는 복잡한 내면 속에 억눌리거나 불안의 요소로 다가왔던 사건과 기억으로 돌아가서 언캐니의 현상처럼 부조리한 결합과 모순된 연결을 품고 가시화된다.
기억 안에서 이미 왜곡되고 변형된 과거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반응은 반복을 통한 익숙함의 도입이라 할 수 있다. 그저 반복함으로써 고통의 원인에 대한 충격의 완화, 거리감의 와해가 이루어진다. 반복은 기억을 대신한다. 반복되지 않고는 기입될 수 없는 심리적 상황에 대한 표현으로 빈우혁의 숲은 번진 듯 희미하게도, 둔탁한 선으로 담백하게도, 충격처럼 예리하게도 그려진다. 회화의 맛을 낸 듯 보이는 선의 효과는 화면과 현실의 거리감을 더욱 강조해준다. 언뜻 자연의 한 부분처럼 보이는 이곳은 작가의 심리적 장소이자 복잡한 내면이 선택한 방출의 공간일 것이다. 여러 번, 반복적으로 숲을 그리면서 작가는 무의식적으로 치유를 향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작가의 숲은 재현 되지 못하는 개인의 정신적 상황과도 적절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림을 통해 관객들은 각자의 트라우마의 순간을 간접적으로 대면하게 된다. 다양한 상처와 이야기를 가진 여러 모양새의 관객들에게 빈우혁의 언캐니한 숲은 소통을 확보해 줄 뿐 아니라, 관객 각자의 외상의 기억들을 자극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확대된 의미의 공공성을 갖는다.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가려지고 변형된 기억 안의 상처들, 그러나 그것을 치유하려는 욕구는 끊임없이 무의식적 발현과 기호화 사이에서 긴장감을 발생시킨다. 숲이라는 전통적 소재의 형상보다는 그것을 자신의 복잡한 심리적 상황에 대한 대응체로 만들어가는 작가의 표현은, 불가능한 언어화의 대상인 내면적 상흔에 대해 가려져있지만, 순간적으로 번뜩이듯 드러내는 균열된 기호화의 흔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숲은 상실을 담은, 그러나 동시에 치유를 숨겨놓은 바로 그런 이중성의 장소이기에 우리를 강력하게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숲의 불가사이 한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 그 은밀한 상처와 치유의 경험을 다시 느끼고 싶다.
- 진휘연 (성신여대 교수)
작가 약력
학력
201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서양화전공 석사 졸업
2013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졸업
2010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 졸업
개인전
2021 Promenade, 갤러리바톤, 서울
2019 Flat-Hunting, KSD갤러리, 서울
일요일 오후 3시, 챕터투, 서울
2018 Luftzeichner: 공기그림자, 퀀텀점프 릴레이 4인전, 경기도미술관, 안산
2017 Live-Wall-Revery: 외롭고 오래된 공상, 두드림작은미술관, 동두천
Luftwald: 루프트발트, 갤러리바톤, 서울
2016 옴니버스, 북구예술창작소, 울산
WÜRDENTRÄGER: 균형조정자, 스페이스 오뉴월, 서울
2014 ARKADIA, 갤러리 바톤, 서울
Ein schifer Garten, 쇼케이스, 글로가우AIR, 베를린, 독일
Stirring Still: 마음을 흔드는 고요, OCI미술관, 서울
2013 우울한 날, 윈도우 갤러리, 갤러리 현대, 서울
단체전
2021 컬렉션_ 오픈 해킹 채굴,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0 강가의 아뜰리에,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양주시
그림, 그리다, 경기도미술관, 안산
2018 Korean’s Spirits Ⅱ, Artvera’s Gallery, 제네바, 스위스
Help Earth! help Us!, 고양 아람미술관, 고양시
2017 괄호 안에 제시하다, 경기창작센터, 안산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JCC 아트센터, 서울
표류하는 무의식, 경기창작센터, 안산
설원기와 21인, 이화익갤러리, 서울
2016 코리아 투모로우, 성곡미술관, 서울
듀얼채널픽션, 갤러리175, 서울
아마도 애뉴얼날레 목하진행중, 아마도예술공간, 서울
우리시대의 젊은 작가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서울
Hanging Together, 스페이스 오뉴월, 서울
2015 육감 六感, OCI미술관, 서울
2014 Open Studio, GlogauAIR, 베를린, 독일
2013 Drawn to Drawing, Gallery Kaze, 오사카, 일본
Ausstellung 102, UdK Berlin, 베를린, 독일
2012 Unfinished Journey, 카이스갤러리, 서울
37.9° N 22.9° N, 쿤샨아트갤러리, 대만
우문현답, 갤러리 쿤스트독
2011 White Block NOW, 갤러리 화이트블럭, 파주
Qu’est-ce que Vous pensez de la Nature?, Gallerie89, 파리, 프랑스
기다림 망각, 미술이론 갤러리, 서울
환상적 현실, b2projectgallery, 서울
2010 이인전, 갤러리175, 서울
한-러 국제교류전, 중앙화가회관, 모스크바, 러시아
Brand New, 원화랑, 서울
New Platform, 관훈갤러리, 서울
2009 ASSYAF, 구서울역사, 서울
화려한 외출, 공평아트센터, 서울
2008 캐드로잉, 디오렌지갤러리, 서울
2007 드로잉 오픈-엔드, 한국예술종합학교 갤러리, 서울
2006 Jetlag, Atrium and Rosenberg Gallery, 볼티모어, 미국
시차, 갤러리쌈지길, 서울
레지던시
2020 BBK Berlin, 베를린, 독일
2018 챕터투, 서울
2017 경기창작센터 레지던시, 안산
2014 글로가우AIR, 베를린, 독일
2013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선정, 인천
수상
2020 BBK 베를린 아뜰리에 프로그램, 베를린, 독일
2019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시각예술분야 선정, 서울문화재단
한국예탁결제원 KSD갤러리 초대작가, 한국예탁결제원
2018 네이버문화재단 헬로! 아티스트 선정, 네이버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시각예술분야 신진작가 선정, 경기문화재단
2017 경기도미술관-경기창작센터 퀀텀점프작가 선정, 경기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시각예술분야 선정, 서울문화재
2016 한국은행 신진작가, 한국은행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총동문회상, 서울대학교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시각예술분야 선정, 서울문화재단
2015 퍼블릭아트 ‘New Hero’, 월간 퍼블릭아트
2013 2014 OCI YOUNG CREATIVES, OCI미술관, 서울
2012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아티스트
2009 한국예술종합학교 우수졸업작품
이메일
oil@mail.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