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 작가이름

    신정필
  • 전시명

    《시야 밖의 시야》
  • 기간

    2012. 06. 07 - 06. 27
  • 장소

    OCI미술관

전시서문

일상성에서 의외성으로, 지각된 사물에서 표현된 사물로


 


르네상스 시대 <회화론>의 저자 알베르티의 초상조각(부조)에는 주인공의 얼굴 이외에 눈 하나가 따로 부조배경에 표현되어 있다. 주인공 얼굴의 생김새보다도 이 특이한 표현에 더 시선이 가는데, 이는 르네상스 시대에 인간의 눈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의 감각 중에서도 눈은 세상을 인식하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중요한 통로라고 할 수 있으며, “보는 것이 믿는 것” 혹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눈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갖고 있다. 조각가 신정필은 바로 이러한 믿음, 즉 특권화된 시각과 본다는 것의 절대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신정필의 작업은 주변의 사물에서 시작된다. 우선, 자신의 일상이나 여행에서 문득 시선을 끄는 사물을 선택한다. 그리고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을 동원한다. 사물을 파악하는 방법이자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도구인 눈을 사용하여 사물을 관찰한 다음, 가장 “과학적”이고 “객관적” 방식으로 그 세부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것이다. 가능한 사물의 본질에 더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서, 그는 과학자처럼 사물을 아주 작은 단위로 분할한다. 핵심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부분까지도 면밀히 조사하고 관찰한다. 흔히 부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그 사물의 본래 기능과 관련해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작가는 이 분할된 조각들을 자신만의 새로운 재료로 환원하여, 사물의 외형 그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술자처럼 아주 꼼꼼하게 재조합한다.


 


그의 시선을 끈 사물 중 하나가 비행기였다. 작가는 비행기의 구성요소인 엔진, 프로펠러, 날개, 꼬리날개 등을 면밀히 관찰한 후 각각의 부분들을 만들고, 이를 꼼꼼하게 조합하여 비행기를 완성한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낸 비행기는 비행기의 형상을 띠고 있을 뿐 비행기 자체는 아니다. 부분들을 재조합한 결과,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아 알고 있는 비행기와는 다른 “뜻밖의 사물”이 탄생했다. 이로써 작가는, 우리가 사물을 인간의 눈으로 “정확하게” 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물을 지각하고 인식할 뿐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이는 푸코가 <말과 사물>에서 제기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사물을 파악하고 분류하면서 사물의 본질에 접근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물에 대한 인식은 한 시대의 에피스테메, 즉 특정한 지식체계(구조)를 기반으로 정립된 것이라는 점에서 인식의 한계를 노정한다. 때문에 지금 내가 지각하고 인식한 것은 객관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 한낱 허구에 불과한 것이다. 개인의 경우에도, 주체가 대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자신의 지식과 지각체계를 바탕으로 대상을 구성할 수 있을 뿐이다. 신정필이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만든 비행기는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비행기가 아니라 작가 신정필이 지각한 비행기다. 이처럼 인간의 눈으로는 결코 사물의 본질에 도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순간 요청되는 것은 바로 사물을 다르게 구성할 수 있는 상상력이다.


 


이번에 신정필이 선보이는 “뜻밖의 사물”은 눈동자와 망원경으로, 이는 인간의 시각과 직접 관련된 사물들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코나 귀보다는 주로 눈에 의존하여 환경을 파악하고 인식한다. 특히 눈동자는 사물을 바라보는 데 절대적인 기능을 하지만 실제로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시야는 매우 제한적이다. 멀리 있는 사물을 볼 수 없는 것은 물론, 시각의 범위도 상하 약 130도, 좌우 190도 정도에 그친다. 이는 눈동자가 한쪽으로만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신정필은 생각한다. 그래서 눈을 고정시키는 장치를 제거하고 그 장치를 내부에 집어넣는다면 완벽하게 360도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눈동자를 고정시키는 장치를 제거한다. 그 결과 커다란 눈동자는 공중에서 빛을 발하고 있으며, 이 눈동자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망원경은 어떠한가? 실재하지만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사물을 확인하고 분석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현미경과 망원경이다. 천체망원경은 가시적인 시야 밖으로 시각을 확장시켜주는 도구로, 신정필은 이 천체망원경을 잘게 분할해서 면밀하게 재조립해도 결과는 역시 망원경이 될 것이라는 가설 하에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과학자와 기술자처럼 치밀한 공정을 거쳐 제작한 망원경은 형태상으로는 망원경과 닮았지만 달이나 별자리를 볼 수는 없는 사물이 되고 말았다. 대신 우리는 망원경을 감싸고 있는 현란한 빛에 빠져든다. 이와 같이 작가는 사물의 기능을 교란시고 전복시켰지만, 우리는 그가 만들어 놓은 망원경을 탓하지 않는다.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사물”은 더 이상 일상의 사물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사물이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시야 밖의 시야”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가들은 자신만의 시각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제작하는 동시에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지각방식에 대해 고민해왔다. 세잔은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 사물의 표피가 아닌 구조에 집착했고, 피카소는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바라본 사물의 형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신정필 역시 사물의 본질에 대해 얘기하지만, 이 본질을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도, 드러낼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물의 본질과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인간의 시각을 이용하고 과학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만, 결국 사물의 본질은 인간의 눈으로 인지 가능한 범위 너머에 있음을 환기시킨다.


 


인간의 인지 능력이나 시각에 대한 문제제기는 자칫 작품을 지루하거나 난해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작업 방식 역시 과학과 기술이 도입되면 딱딱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신정필의 작품에서는 사물의 바라보는 작가의 상상이 결합됨으로써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뜻밖의 사물”로 재탄생하게 되고, 이는 관람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관객은 마치 환타지 영화에 빠져들 듯이, 일상적이지만 결코 일상에서는 만날 수 없는 그의 “새로운 사물”에 매료된다.


 


신정필의 작업과정은 흥미롭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다양한 방법과 재료와 기법이 동원된다. 우선 아이디어를 종이에 스케치한 후, 이를 컴퓨터 3D 작업으로 정교하게 구체화시킨다. 그런 다음 실제 손으로 제작에 들어간다. 그가 사용하는 재료는 나무와 철 같은 전통적인 재료에서부터 광섬유, LED 등 각종 신소재까지 다양한데, 작가가 제작 과정 전체를 직접 진행한다. 용접 기술자처럼 형태의 기본 틀을 깔끔하게 용접하여 만들고, 그 안에 전기 기술자처럼 복잡한 전선을 설치해서 LED 형광등을 설치하는 일, 그리고 합성수지로 외피를 캐스팅하여 전체를 조립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작가가 직접 해내는 것을 보면 그가 예술가인지 기술자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미술가들은 기술자와 차별화되기를 원한다. 르네상스 이후 미술이 인문학으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기술은 미술과 분리되고 미술가는 스스로를 기술 중심적인 전통적 장인과 차별적으로 인식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20세기에 뒤샹의 등장으로 미술가들은 아이디어만으로도 작품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개념미술에서는 급기야 미술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미지마저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에 개념적인 미술이 유행하면서 작가의 공들인 수작업에 별반 가치를 두지 않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즘 작가들은 수작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근래 젊은 조각가들 중에는 작업방식에서 기존의 조각가보다는 과학자 혹은 기술자와 더 흡사한 태도를 보이는 작가들이 있는데, 신정필이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한다. 사물을 분해해서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형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는 기술자에 가까운데, 신정필은 스스로 이러한 작업과정을 즐기는 듯하다.


 


조각가이면서도 과학자나 기술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신정필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들이 자녀의 창의성과 과학적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 사준 “과학상자”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던 세대다. 다양한 형태의 기계부품을 조립하고, 너트와 볼트를 조여서 갖가지 모형을 만들면서 성장한 세대임을 감안한다면, 신정필의 작업방식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찰흙을 붙이거나 돌이나 나무를 깎는 작업, 혹은 용접이나 주조 등의 기법으로 형상을 만들어가는 기존의 작업보다는 다양한 부품을 조립하여 형상을 완성해 가는 데 익숙한 세대가 우리나라 조각계의 새로운 세대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자못 흥미롭다. 이들이 사용하는 재료 역시 기성세대의 조각재료와는 다르다. 신정필 역시 자신의 가설을 구체화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선택한다. 나무와 철과 같은 전통적인 조각재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합성수지, 파리핀, 광섬유, LED 형광등 등 다양한 재료를 넘나들면서 조각의 폭을 확장시키고 있다.


 


신정필은 2010년에는 고양스튜디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2011년에는 난지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새로운 세대의 아이콘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예술과 과학과 기술을 어떻게 작가의 상상력으로 융합시켜 새로운 작품세계를 펼쳐나갈지 자못 기대되는 작가다.


 


- 김이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작가 약력


 


학력


2009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과 석사 졸업


2005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12 시야 밖의 시야, OCI미술관, 서울


2011 사물의 기원, K.& 갤러리, 서울


2009 Insoul展, 덕원갤러리, 서울


 


단체전


2014 허무맹랑, 토카아트, 서울


고양신진작가 초대전, 고양아람누리, 고양


광주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 광주천, 광주


2013 Korea Tomorrow 2013, 예술의 전당, 서울


휘황찬란, 포항시립미술관, 포항


Slow art, 리앤박 갤러리, 파주


가까운 미래, 먼 위안, 갤러리 화이트 블럭, 파주


중력과 시간_움직이는 조각, 소마미술관, 서울


2012 현대미술과 빛 – 빛나는 미술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형형색색, 오늘을 읽다-CAYAF 2012, 킨텍스, 고양


고양신진작가발굴전, 어울림누리, 고양


2011 Seven Artists Lighting Spectrum, 아트파크, 서울


라이트 아트의 신비로운 세계, 경남도립미술관, 창원


Fly to the Sky, 모란미술관, 경기


몰입,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2010 Specter, 아트사이드, 서울


특별한 이야기, 시안미술관, 영천


아트위트, 3.15아트센터, 성남아트센터, 성남


The Material Beyond, Kosa space, 서울


서교육십2010 : 상상의 아카이브-120개의 시선, 갤러리 상상마당, 서울


INTRO展, 고양스튜디오, 고양


레지던스 퍼레이드, 인천아트플렛폼, 인천


2009 신호탄展,국립현대미술관 예정지, 서울


서울 빛 축제, 광화문광장, 서울


야생작가 보호展, 교하아트센터, 파주


2008 야생작가 보호展, 숲갤러리, 서울


2007 OPEN STUDIO_UNIT, Gallery HUT, KT아트홀, 서울


2006 OPEN STUDIO_UNIT, Gallery HUT, 서울


EPS project, 세종문화회관, 서울


새로운 물결展,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5 미술세계 신진작가 발언전, 관훈갤러리, 서울


Variety展,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04 상상(象象)展 박성철, 신정필 2인전, 13.1Gallery, 서울


21c AGP 그 세 번째 실천-즐거운 치유전, 강서 프라임병원, 서울


안양천 프로젝트, 삼덕제지 공장, 안양


Light & Darknes-빛 예술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야외광장, 대전


2003 21c APG 그 두 번째 실천 _생경 : 익숙하게 낯선 풍경, 스톤엔워터, 안양


 


레지던시


2013 유중아트센터


2011 난지창작스튜디오


2010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


 


수상


2011 2012 OCI YOUNG CREATIVES, OCI미술관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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