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0–18시
작가이름
조민호전시명
《SPECTER PROJECT》기간
2011. 07. 27 - 08. 14장소
OCI미술관물신 숭례문님의 재림을 보라
숭례문 방화사건. 그것은 상상을 초월한 충격이었다. 대한민국 국보1호 남대문은 자본주의 국가권력의 일방주의에 분노하고 좌절한 한 국민의 돌발적인 복수행각으로 인해 풀썩 주저안고 말았다. 온 국민이 목도한 그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대대적인 애도의 물결로 이어졌다. 그것은 애도의 표현을 넘어서 민족이나 애국을 상상하고 확산하는 제의였으며,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것으로 재생하고, 나아가 미래의 것으로 견인하려는 사회적 욕망의 표출로 나타났다.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에 형성된 일련의 공론장은 도시공간의 구조변동에 따라 상징적인 건축물이 도시의 행위자들에게 어떻게 상징권력으로 자리잡고 있는지를 인식하게 해주었으며, 문화적 상징을 도구화하는 통치의 기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조민호는 숭례문 방화사건이라는 특수성을 매개로 한국인의 개별적인 사유와 심리는 물론이고 사회의 집단서사와 집합무의식이 내포하고 있는 보편성을 갈무리해내기 위하여 기록과 분석과 해석의 경계를 부지런히 넘나들었다.
조민호는 방화사건이 일어난 2008년 이후 지난 4년동안 숭례문 일대에서 벌어진 사후행사들을 꼼꼼하게 챙겨 사건의 단면과 내막, 현상과 본질, 역사성과 현장성을 관통하는 다양한 논점을 제시했다. 그가 작업 전체를 탄탄하게 구조화할 수 있었던 것은 정교한 기록 작업을 진행한 덕분이었다. 그는 사진과 영상,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 등을 두루 꿰었다. <랜드마크(LANDMARK)>와 <리멤버런스, 메모리얼(REMEMBRANCE, MEMORIAL)>은 가림막 밖과 안을 담은 사진이다. 전자는 가지런한 패널구조의 가림막 외관이며, 후자는 그 내부의 복원공사 현장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장면을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참혹한 화재현장을 가리기 위한 가림막과 가려졌던 현장을 방문한 시민들의 기념촬영이라는 안팎의 장면을 통해서 치부를 숨기려는 시각과 그 틈새를 비집고 무럭무럭 자라난 물신화의 실천 과정을 대비해서 보여주는 작업이다.
숭례문 방화사건이 지금까지 공론장으로 작동해온 데는 그것을 단순한 건축물 전소와 복원 공사로 보아 넘기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국민적 염원의 장으로 이끈 대대적인 퍼포먼스의 역할이 컸다. 조민호는 이 대목에 주목하여 애도의 현장을 초현실적인 퍼포먼스의 장으로 전환한 메커니즘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광장과 신화>는 49재, 1주기, 출범식, 발대식, 조인식, 국민추모제 등의 숭례문 기념행사들을 기록한 영상들을 교차편집한 것이다. 그것은 아리랑과 뽕짝, 염불, 애국가 등이 뒤섞인 초현실주의 퍼포먼스이자 전근대와 근대, 종교, 국가 등이 뒤섞인 혼성과 키치의 극치이다. ‘호명-구호-집합-결속’으로 이어지는 서사구조 속에서 ‘숭례문 만세와 대한민국 만세,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만세’를 부르는 국민국가 대한민국의 단면을 재구성한 이 비디오 클립은 애도의 코드로 국가와 민족을 발견하려는 기획의 실천 과정을 보여준다.
<컨펌(CONFORM)>은 화환으로 만든 탑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의 구성원 대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애도의 물질형식적 표현인 근조화환의 스타일을 차용해서 물신 숭례문님께 바쳐진 기념비이자, 숭례문의 신화화에 동참한 동시대인의 마음을 담은 상징조형물이다. 대나무 화환 지지대로 만들어진 6층짜리 근조화환탑은 전시기간 내내 서서히 시들어가며 개인과 집단의 욕망을 대리표상한다. 숭례문 퍼포먼스의 핵심 코드는 엄숙과 장엄이다. <집단과 투사>는 숭례문 칸타타, 애국가, 조국찬가 등이 울려퍼지는 숭례문복원기원음악회의 사운드를 중심으로 숭례문 가림막의 외관과 익명의 인물들이 집중조명을 받으며 경건한 표정으로 전면을 응시하는 고화질 영상작업이다. 장엄한 사운드와 엄숙한 얼굴표정 속에서 집단정신을 직조하는 엄숙주의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업이다. 숭례문에 대한 개인과 집단의 투사가 역으로 우리의 사유와 감성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숭례문 방화사건이 일어난 2008년에 만든 영상 <꽃을 멘 남자>는 조민호 자신이 몸을 쓴 퍼포먼스의 기록이다. 그는 남대문 티셔츠를 입고, 숭례문국민참여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을 등에 메고,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질주한다. 건설현장을 지나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 일산 덕은동까지 열심히 달린다. 서울에서 고양까지 가는 길에 ‘남대문을 기억하라’는 보상금 시위 지역 플래카드를 만나기도 한다. 대규모 택지개발 현장까지 달리고 또 달린 그는 로켓발사대에 올라 로켓 대신 자신의 몸을 자리바꿈(depaysement)한다. 그러나 그의 탈출시도는 실패한다. 그는 최초의 출발 지점에 불시착해 옥탑집 마당에 처참하게 널부러진다. 토지수용보상금에 불만을 품고 대한민국의 가장 저명한 문화아이콘인 국보1호 숭례문을 전소한 방화범 ㅊ씨를 연상하게 하는 이 작품에는 자본의 자기증식 논리에 역행하는 소외된 개인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국가사회 전체의 집단최면을 매개한 한 개인의 이상행동 이상으로서의 방화사건에 대한 블랙유머가 짙게 깔려있다.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파생한 다른 사건을 들춰내서 동일한 본질의 다양한 현현을 가려내는 일은 본래의 사건을 다각도의 시각으로 조명해서 그 본질을 더욱 또렷하게 보이도록 도움을 준다. <증식된 벙커> 연작은 숭례문 인근에서 발견된 벙커를 신촌, 세종로, 마포, 인천 송도 등 도시 곳곳의 공사 현장에 합성한 사진들이다. 냉전의 추억을 대변하는 지하벙커를 동시대의 도시 여러 곳에 이식함으로써 냉전 이데올로기를 희화화한다. 그것은 숭례문 광장이 거쳐온 냉전시대의 부산물을 통해서 역사적 상징물로서의 좌표를 확인해주는 일이다. <익명의 기념비>는 세 가기 이야기를 이어놓는다. 나로호의 발사장면과 대괴수 용가리의 대사가 결합한 ‘에피소드 01 밀담’, 폐품으로 만든 벙커 주변의 볏그루를 불태워 억압기제로부터 탈출하려는 현대인의 심리를 표출한 ‘에피소드 02 불안’, 그리고 박정희 흉상 보존회 등 보수인사들의 인터뷰와 벙커 내부를 줌인(zoom-in)하는 ‘에피소드 03 밀실’ 등이 그것이다. 컬트무비 같은 낯선 서사형식으로 풀어낸 이 벙커이야기는 내면화한 냉전의 기억을 들춰낸다.
방화사건 이전의 숭례문은 시민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친근한 건축물(物)이었으나, 사건 이후에는 민족을 표상하는 건축물신(物神)으로 거듭났다. 숭례문은 서민의 애환을 대변하는 상징에서 대한민국의 민족적 정체성과 역사를 대표하는 신화로 그 지위와 역할을 전환했다. 조민호는 숭례문 방화사건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를 들춰냈다. 그것은 숭례문 방화사건을 둘러싼 사건들의 기록이며, 방화사건 이후에 우리사회에서 나타난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문화인류한적인 재해석이다. 그것은 숭례문이라는 물신에 대한 장대한 소셜 퍼포먼스에 대한 기록이자 분석이며 해석이고, 나아가 개인의 개별심리와 사회의 집단심리에 관한 성찰이며, 개인의 개별사유와 사회의 집단사유에 관한 통찰이다. 자그마한 파편들을 주섬주섬 모아서 숭례문 사건의 전모를 밝힌 조민호의 숭례문 리포트가 있다. 여기 물신 숭례문님의 재림을 보라!
- 김준기(미술평론가)
작가 약력
학력
2011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과정
2007 전주대학교 미술학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11 Specter Project, OCI미술관, 서울
단체전
2010 기념비적인 여행, 코리아나 미술관 스페이스 씨, 서울
아티스트 네트워킹 쇼 OFF_3°C,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Alternating current :아시아-발칸, 베오그라드 예술대학 갤러리, 베오그라드, 세르비아
2009 Dream House, 대안공간 풀, 서울
유토피아 관리, 갤러리 175, 서울
Awkward Harmony, GlasMoog-MinusEins-Foyer Gallery, 퀼른, 독일
인천신진작가전, 스페이스 빔, 인천
2008 Project Minor Biennale, 쌈지 스페이스, 서울
수상
2010 2011 OCI YOUNG CREATIVES, OCI미술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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