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 작가이름

    정혜련
  • 전시명

    《Memory of Fantasy》
  • 기간

    2011. 06. 29 - 07. 17
  • 장소

    OCI미술관

전시서문

판타지로서의 기억, 또는 기억이라는 판타지


 


인간은 현실의 억압을 일탈하기 위해 환상기제를 가동한다. 정혜련은 자신과 사회의 억압을 들춰내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감성의 세계를 창출하기 위해 환상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유년기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놀이공원이라는 환상이다. 정혜련의 작품에 있어 놀이공원의 형상은 유년의 기억을 재생하는 매개체이자 그것을 증폭하는 장치이다. 그러나 그 놀이공원은 기억을 재현하기 위해 동원되는 매개체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놀이공원에 등장하는 곡선이라는 요소를 확대재생산한다. 정혜련은 비정형의 드로잉을 평면과 공간 속에 풀어놓는다. 그는 곡선이라는 조형 요소를 통해서 시지각을 자극하는 감각적 표현 방식을 통해서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기억의 존재를 이성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감성적으로 흩어놓는다.


 


정혜련은 한동안 가죽으로 특정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형상을 새겨넣는 형상표현 작업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가죽이라는 작업 재료의 특성과 효과에 천착함으로써 가죽으로 작업하는 작가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기도 했다. 이것은 그를 특정 재료를 가지고 독특한 작업을 만들어내는 작가, 그러니까 특정 스타일로 인정받는 작가로 만들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시각예술에게 있어서 내러티브와 스타일이 어떻게 상호 갈등과 보완의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작가의 사유가 방법을 창출하는듯하면서도 작가가 만들어낸 방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가의 사유와 감성을 재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자칫 작품활동의 앞뒤를 분간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는 가죽에서 나무로,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서사에서 감성으로 자신의 코드를 변화시켰다.


 


은 비정형적인 원들을 중첩으로 이뤄진 시각적 착란의 세계이다. 가지런한 정원(正圓)들의 질서 정연한 배열이 아니라 불규칙한 타원이나 나선(spiral)들을 중첩한 나무패널을 원운동으로 재구성하여 착란을 일으키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종이 위에 연필 드로잉을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정혜련은 여러 장의 나선형 드로잉을 만들고 그것을 디지털 편집 방식으로 재구성한 후 자작나무 패널로 옮겨 놓았다. 11개의 패널들은 그 자체로 몇겹씩 겹쳐져 질서가 아닌 혼돈의 세계를 보여줄 뿐만이 아니라 전동모터에 의해 원운동을 함으로써 더욱 심난한 착시효과를 만들어 낸다. 작품을 마주하는 관객은 각각 다른 크기와 모양을 가진 이 원반들이 각각 다른 속도로 돌아가는 이 작품 앞에서 무한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작품은 정연한 서사체계로서의 기억이 아니라 하나의 환상체계로서의 기억을 암시한다.


 


평면을 분절하는 선이 공간을 유영하는 선으로 확장할 때, 우리는 더욱 깊은 상상력의 세계로 빠져든다. 는 공간을 유영하는 유려한 선을 비정형의 곡선으로 휘어서 연결한 비정형이 공간 드로잉(spatial drawing)이다. 이 작품은 직선의 세계가 아니라 곡선의 세계이며, 정형화한 공간이 아니라 비정형의 공간으로서 선의 울림을 통해서 무한의 세계로 이어진 환상의 기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가로와 세로가 4미터에 달하는 공간 속에 자작나무 패널을 잘라 만든 목재 선들을 정교하게 얽어 놓은 이 작품은 물리적인 공간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공간을 창출한다. 그것은 정지상태의 빈 공간이 아니라 유동상태의 가득 찬 공간이며, 고체 상태의 공간 드로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선의 율동을 통해서 감성의 해방을 촉구하는 판타지의 세계이다.


 


나무 패널들을 이어붙여 만든 모자 위에 놀이동산의 기구를 얹어놓은 입체조작 작품이다. 이 모자는 유년의 기억을 되살리는 매개체이다. 정혜련은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여러 장소에서 인물 사진을 찍고 그 인물 위에 이 모자를 얹어 놓는다. 실물의 나무모자와 사진을 통해 재현된 나무모자는 스타일과 내러티브의 결합이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는 입김으로 불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형 놀이동산을 원반 위에 올려 놓고 그 아래 우산대 모양의 지지대를 달아 마법의 우산 위에 펼쳐진 놀이동산이라는 단출한 서사를 구축한 작품이다. 모자와 우산이라는 특정한 사물의 형상 위에 놀이동산의 이미지를 덧댄 두 작품 모두 자작나무 패널 자체가 보여주는 유려한 선의 맛과 가죽을 잘라 만든 얇은 선의 아기자기한 느낌을 살려서 동화 속 세상의 아늑한 환상을 보여주고 있다.


 


정혜련은 자신의 작품 속에 질서와 법칙을 부여하기보다는 무질서와 불규칙성을 부여함으로써 단선적인 메시지 전달을 회피하고 의미생성의 층을 두텁게 만들었다. 인간의 행위는 근본적으로 자연상태로 되돌아가려는 무질서도, 즉 엔트로피(entropy)를 줄이고, 인공상태의 질서체계로 묶어두려는 질서도, 즉 네겐트로피(negentropy)를 높이려고 한다. 근대 이후의 예술은 네겐트로피를 줄이고 엔트로피를 높여 정보소통의 속도와 양을 조절해왔다. 다시 말해서 근대 이전의 예술에서 강조했던 의미정보를 줄이고, 질서도를 낮춰서 미적정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성립한 것이 근대미학에 입각한 예술이다. 정혜련의 작품에서도 무질서도를 높이고 질서도를 줄이려는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 정연한 질서체계로 이뤄진 인공물들을 비정형의 곡선들이 무질서하게 유동하는 세계로 집약함으로써 재현으로서의 의미정보를 줄이고 표현으로서의 미적정보를 높였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의 감성을 통해서 사회의 구조를 드러내려고 했던 이전의 태도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중인데, 특히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에서 보다 더 단순하고 명료하게 정리하고 있다. 파편화한 기억의 조각들을 환상의 세계로 집약한 결과이다. 그는 사회적 억압이니 개인의 소외와 같은 서사의 강박으로부터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자신의 감성 속에 존재하는 환상으로서의 기억들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이성적인 판단이나 비판의 근거로서의 기억이 아니라 감각체계 속에 흩어져있는 감성의 원천으로서의 기억을 불러 모은다. 정혜련은 아득히 먼 과거의 기억에서부터 가까운 과거의 기억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두뇌가 정렬해놓은 기억의 낱낱을 질서가 아닌 혼돈의 세계로 표현하고 있다. 요컨대 그는 과거의 기억을 정연한 질서의 세계로 얽어내기보다는 파편화한 혼돈의 세계로 흩어놓는다. 우리의 기억이 실재를 재구성하는 기제가 아니라 혼돈과 무질서의 세계이며 환상 기제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김준기 (미술평론가)


 


 


 


 


 


작가 약력


 


학력


2011 부산대학교 박사과정 재학


2003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석사 졸업


2000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11 정혜련 개인전, OCI미술관, 서울


2010 정혜련 개인전, 고운 갤러리, 창원


2009 나의 아름다운 아라베스크, 대안공간 반디, 부산


2007 wonderful world, 세오 갤러리, 서울


정혜련 개인전. KAF/부산


2006 The house of hero, 공간 화랑, 부산


The house of hero, 세종갤러리, 서울


The house of hero, 김재선 갤러리, 부산


2005 내일의 작가Ⅰ-정혜련 개인전, 성곡미술관, 서울


2004 나쁜 동화-정혜련 개인전, 대안공간 반디, 부산


2002 정혜련 개인전, 부산대학교 미술관, 부산


 


단체전


2011 Beyond Limits, 신세계 갤러리, 부산


2010 부산 비엔날레 본전시 -living evolution, 부산시립 미술관


빛 2010,광주 시립 미술관, 광주


2009 Dream factory, 가나 갤러리, 부산


Thirty-three Korean contemporary Art, 갤러리H, 서울


ART SHOPPING, 신세계 백화점, 서울, 부산


Salon des arts seoul, AT Center, 서울


Memories, 김재선 갤러리 서울, 부산


2008 Sorry to another waste, 대안공간 반디, 부산


부산비엔날레 갤러리 페스티발, 두산 아트갤러리, 부산


크리에티브 마인드, 사비나 미술관, 서울


부산미술 80년, 부산의 작가들’, 부산 시립미술관, 부산


청출어람, 두산아트갤러리, 부산


부산미술 80년, 부산의 작가들’, 부산 시립미술관, 부산


역대 성곡 내일의 작가展, 성곡미술관, 서울


2007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인천종합예술회관, 인천


때를 벗기다, 대안공간 반디, 부산


2006 Cutting Edge, 서울옥션, 서울


Happy birthday, 인사아트센터, 서울


KCAF-회화의 회복, 예술의 전당, 서울


 


수상


2010 2011 OCI YOUNG CREATIVES, OCI미술관, 서울


2008 하정웅 청년작가 수상, 광주시립 미술관, 광주


2007 봉생 청년 문화상 수상, 봉생재단, 부산


세오 갤러리 영 아티스트 선정, 세오 갤러리, 서울


2005 제16회 부산 청년 미술상 수상, 공간화랑, 부산


2004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 성곡 미술관, 서울


대안공간 반디 기획공모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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