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0–18시
작가이름
이제전시명
《지금, 여기》기간
2010. 11. 03 - 11. 23장소
OCI미술관이제의 유화
진부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우선 이제의 그림의 소재는 다양하다. 쉽게 말해 풍경, 인물,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을 위해 철거된 황량한 산동네풍경에서부터, 어항 속을 그린 것 같은 상상적 정경에 이르기 까지. 방안에 누워 있거나 기대 앉아 있는 여인들, 황량한 산을 배경으로 앉거나 서 있는 소녀들, 벌렁 누워 기타치고 있는 소년, 멀리 그늘진 주택가가 내려다 보이는 높은 언덕의 공사장 부근, 버드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강변의 고수부지 공원, 바람 부는 달동네 비탈길, 자리를 알 수 없는 언덕과 공사현장, 그 아래 멀리 배경으로 보이는 서민 주택가 등등…
쓰레기로 버린 으깨어져 버린 수박덩어리들, 콘크리트 건물들을 허물고 나서 모아 놓은 누렇게 녹슨 철근더미, 한데 뒤엉켜 쌓인 폐자재 더미, 목적도 내용도 잘 알 수 없는 도시계획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가는 대도시에서 흔히 마주치는 이러한 정경에서부터 자기 몸의 한 부분을 클로즈업 한 것 등 매우 다양하다. 마치 사진을 찍으려고 사각형 프레임을 짜기 위해 맞잡은 것 같은 두 손, 화장실에 앉아서 내려다 본 것 같은 벌거벗은 두 무릎…
이러한 다양성은 이제가 그전부터 특별한 관심을 갖고 보아왔다고 여겨지는 변화하는 서울의 면모, 그러한 변화의 현장인 공사장 주변의 다양한 정경,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보다 그 범위가 훨씬 넓어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나 소재를 대하는 화가로서의 시야, 형상적 사고와 상상의 폭이 깊어지고 넓어진 것과 걸맞게 기법이나 형식에 있어서도 훨씬 유연하고 거의 거침이 없다 할 정도로 매우 다양하고 자유롭고 새로워 졌으며 각각의 작품마다 활달하고 능숙한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꼼꼼한 사실적 묘사에서부터, 부드러운 붓질을 문지르듯 겹쳐놓은 것 같은 섬세한 색조의 면들로 구성된 화면, 빠르고 거친 선들이 교차하는 소략한 크로키 풍의 선묘, 낙서풍의 자유롭고 추상적 붓질, 물감을 흘리거나 흩뿌려놓은 것 같은 추상표현주의적 기법, 사진의 이중인화나 꼴라쥬적 기법을 연상시키는 합성된 것 같은 중복적 형상 등이 다채롭다. 때로는 이런 상이한 테크닉과 기법들이 한 화면 속에 절묘하게 한데 조합되어 있다. 이제는 뛰어난 기량을 지닌 화가로서 자신의 비젼을 자기나름의 실험적 기법으로 변화무쌍하게 구현해 보여줄 수 있는 탁월한 경지에 바싹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여러 작품들의 질과 수준이 이를 웅변을 말해주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제는 지금 아주 잘 그린다. 좋은 그림을 너무 잘 그려서 우리를 기쁘고 놀라게 한다. 우리는 그의 최근 작품들을 보고 오래간만에 새롭고 경이로운 회화적 체험을 한다.
그의 요즘 작품들은 회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자리들이 되고 있다.
회화의 시대가 이미 끝났다느니 미술사가 종말의 지점에 도달했다는 둥 포스트모더니즘의 몇몇 사이비 종말론처럼 유행하고 있는 요즈음 작품의 질이니 수준을 운운하고 그림을 잘 그렸다는 둥 칭찬조의 말을 늘어놓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나 보수적인 미학적 감수성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무시하고 싶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미학적인 것을 포함하여 문명사적으로, 또는 정치경제학적으로 무척 복잡하고 혼란스런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골치아픈 논쟁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고 올바른 해답이 쉽게 나올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회화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추상회화와 미니멀리즘이 회화의 종착역은 아니다. 그런 목적론적 관념은 그린버그류의 헤겔주의 독단론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전후 미국모더니즘의 편협한 미적 취향에서 비롯한 회화의 가능성에 대한 무지에 다름 아니다. 개념미술과 레디메이드 또는 오브제 또는 설치가 회화의 존재이유자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궁색한 딜레마나 출구가 안 보이는 막다른 골목을 돌파하는 파격적 장치인 것도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근본적으로 예술적이고 미학적인 차원의 성찰에서라기보다는 미술시장이나 유행의 논리에 암암리에 종속되어 표면의 현상에 현혹되어 생겨난 효과일 뿐이다.
상투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말하는 것 만큼이나 그리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원초적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버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과 자기표현의 수단이기 이전에 그것은 인간다움의 표시이고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핵심적 요소다. 모든 이미지 모든 형상은 바로 그리는 행위, 즉 그림에서 출발한다. 상상이란 것도 마음 속에,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는 원초적 행위의 고도의 문화적 성취인 회화는 그렇기 때문에 그 외면적 형식이나 재료, 기법 또는 양식이 바뀌고 그 제작방식이나 수용방식이 계속 바뀌고 변화할지는 모르나 결코 소멸하거나 폐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 화가 이제는 그 세대에는 드물게 회화의 가능성에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유화를 배우고 그리는 사람이다.
그 자신의 말마따나 이제는 회화 그중에서도 서구의 고전적인 유화와 마치 연애하듯 대화를 나누고 접촉하고 애무하고 몸으로 욕망하듯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텅빈 하얀 캔버스는 붓과 기름과 물감으로 그가 자신을 투사하고 그가 눈으로 보고 체험하고 기억한 것을 다시 기록하고 새롭게 표현하고 그가 생각한 것, 꿈꾼 것, 현실에는 없는 것, 그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형상들을 발견하고 만들고 새로 구성하고 상상하고 실험하고 더불어 같이 장난치고 놀고 온 몸과 눈과 손 정신을 함께 동원하여 자신을 고양시키고 실현시키는 이상적 장소다. 어떤 작품을 보면 이제가 그림과 함께 행복하게 춤을 추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회화는 끊임없이 자기변신을 해왔고 그 생명력과 변화의 가능성을 여러 차례에 걸쳐 두루 보여주었다.
회화의 유행이 지난 것 같은 느낌도 그야말로 일시적인 것이다. 서구에서 500년이상 변화 발전해온 유화의 전통이 그 명맥을 다한 것 같다는 생각자체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흔히 들어본 적이 있는 상투적인 소리다.
이제는 우리가 다시 유화를 즐기고 새롭게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드물게 뛰어난 젊은 화가다. 그 자신이 유화를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다시 한번 유화의 폭넓고 다양한 표현방식 다채로운 존재방식과 유화로 그리는 일의 즐거움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그래서 반갑고 기쁘다.
- 최민
작가 약력
학력
2004 국민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석사 졸업
2002 국민대학교 회화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10 지금, 여기, OCI미술관, 서울
2009 꽃배, 갤러리킹, 서울
2006 풍경의 시작 The scenery begins, 대안공간 루프, 서울
2005 우리의 찬란한 순간들, 조흥갤러리, 서울
단체전
2010 황금빛 모서리, 갤러리킹, 서울
나는 너를 놓지 않는다 : 이제/이솝 2인전, 대안공간 풀, 서울
직관, 학고재, 서울
Ordinary Days, PKM트리니티, 서울
2009 원더풀 픽쳐스, 일민미술관, 서울
장수의 비결, 북촌미술관, 서울
서교난장, 상상마당, 서울
보통의 날들, pkm갤러리, 서울
사과의 여정,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예술통풍에너지,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2008 100년의 여행, 여성사전시관, 서울
찾아가는 미술관, 성남문화재단, 경기도
8th Cutting Edge, 서울 옥션 스페이스, 서울
근린시설, 대안공간풀, 서울
2007 도시행방, 신한갤러리, 서울
도시의 힘, 진흥아트홀, 서울
맛없는 음식, 대안공간휴, 서울
2006 친숙해서 낯선풍경, 아르코미술관, 서울
풍경의 시작, 대안공간 루프, 서울
우리, 또다른 우리, 국민아트갤러리, 서울
장면들-도시회화, 한전프라자갤러리, 서울
2005 포트폴리오2005,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그안에 눕다, 조흥갤러리, 서울
portrait, 조선갤러리, 서울
2004 따뜻한 환영, 대안공간 풀, 서울
시국선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관, 서울
Talking to the Wall, 아르코 미술관, 서울
2003 open studio project, 요진쉐레이오피스텔, 서울
물 위를 걷는 사람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2 밝다, 대안공간 풀, 서울
2001 시차, 그-거, 대안공간 풀, 서울
수상
2010 OCI YOUNG CREATIVES, OCI미술관
제1회 송암 문화재단 선정작가
제32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
2008 Renaissance Art Prize Awards 2008-Visual Art Section-Painting:
Best non-Italian artist in London
Foster Fletcher Prize 2008 (Scholarship)
이메일
love156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