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 작가이름

    강상우
  • 전시명

    《쌓이지 않는 눈》
  • 기간

    2010. 10. 06 - 10. 26
  • 장소

    OCI미술관

전시서문

시간 여행자, 이미지의 연금술사


-강상우의 작은 그림들과 설치작업


 


강상우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그의 작업은 자신의 과거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구멍과 같다. 들여다보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머리가 통째로 그 구멍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일지 모른다. 그는 이쪽이 아니라 저쪽에 있다. 그에게 현재는 없다. 현재란 그에게 무의미한 회색공간이고 아무 소리도 대화도 들리지 않는 비현실계일 뿐이다. 그의 의식의 핀 홀을 통해 포착되는 유일한 빛은 현재의 이곳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와 꿈으로부터 온다. 그는 자신의 기억 속에 서식하는 어떤 사실, 이미지, 사건, 인물 등에 집착하면서 그것들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태도의 변화를 꼼꼼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을 즐긴다. 자신이 개인적으로 간직한 인상적인 기억들과 그에 연관되어 강화되거나 변화, 소멸되는 향수, 상실감, 또는 단절감, 고립감 등 자신의 감정의 변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드로잉, 회화, 조각, 설치, 사진 등을 통해 재조립하고 재가공한다. 때로는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영화나 비디오, 만화, 광고 혹은 명화 이미지 등 이미지를 차용할 때도 있다.


 


그가 지난 10년 동안 A4 절반 남짓한 작은 크기의 스케치 북에 그려온 주먹만한 크기에서 계란 프라이 정도 크기의 약 1500점의 칼라드로잉들이 바로 그런 거꾸로 가는 시간 여행의 궤적이다. 그것들은 콩테, 투명 마커 등을 재료로 해서 그만의 다소 비밀스런(!) 테크닉으로 작업한 것인데 크기가 작지만 채색 회화 못지않은 밀도와 내공이 들어간 정교한 그림들이다.


 


이런 드로잉들의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먼저 눈에 띄는 게 어린 시절의 가족에 관련된 추억이나 공상, 꿈에 관련된 것들이다. ‘엄마고래 새끼고래’ 등 옛날 인형이나 장난감들, 삼형제가 같이 앉아 뭐 먹는 것. 소년이 엄마의 팔다리를 주물러드리는 장면 등. 엄마와 아이는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아기 조카를 처음 보았을 때 떠올린 감정을 그린 그림도 있다. 가족에 관련된 이런 소재의 드로잉들은 아마도 유모차 끌고 나온 주부 등 그가 유학 시절 살았던 동네의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이 고향과 어린 시절에 대한 그의 향수를 자극한데서 기인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그밖에 유에프오, 밤하늘의 구름, 이카루스를 그린 것도 있고 꿈에서 나온 생생한 장면이나 풍경들을 그리기도 한다. 무심히 본 장면이나 스쳐지나가는 생각 이런 것들도 그는 놓치지 않고 담는다. 껌이 안 뱉어져 짜증내는 네덜란드 거리에서 본 소녀, 거꾸로 된 도로에서 뒤집혀 있는 차 등 좀 우스꽝스럽거나 기이한 장면들도 있다. 또 다른 많은 것들로 영화나 음악 만화 삽화그림 속에 그 이미지들이 환기하는 감정과 더불어 그 장면 속에 들어가서 자신이 본 혹은 느낀 서정을 그리거나 구성해기도 하고 간혹 서양 페인팅 고전 그림이나 판화 그림을 차용한 것들이 있다. ‘돌아이’ 같은 영화의 신문광고나 관운장의 투구에 황충의 화살이 꽂힌 순간을 그린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의 한 장면, 산울림의 김창완 노래, 미국 컨츄리 송 가수 조니 캐쉬, 영화 ‘고래사냥’,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등. 무작위적으로 시작해 형태를 찾아가는 그림도 있다. 어떤 이미지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이고 표현적이고, 또 다른 이미지들은 은유적이고 추상적이고 해독되기 어려운 암호처럼 제시된다.


 


이와는 달리 무의식적인 사고를 외부로 이끌어 내고 이를 구체적으로 개념화하거나 언어화하여 입체, 페인팅 작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킨 것도 있다. 2008년 작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그가 어린 시절 느꼈던 특정한 이미지에 대한 공포를 다룬 작은 조각 작품인데 기억, 감정, 이미지에 대한 이 작가의 태도나 ‘재현’ 문제에 대해 작가가 작업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잘 엿볼 수 있다. 그가 이 디즈니 만화영화를 처음 보았던 것은 초등학교 2학년 시절(1985년)인데 나중에 그는 23년 전에 가졌던 공포감의 원인이 다른 장면보다 더 입체적으로 묘사된 한 장면 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어렸을 적 본 그대로 미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입체화하여 당시의 감정적 충격을 상징화하여 보여줄 생각을 갖는다. 이를 위해 그는 관객 쪽으로 등을 보인 채 엎어져 쓰러진 미녀의 풍성한 머리칼과 등을 감싼 옷자락을 당시 2D 화면 속의 머리칼, 옷 등의 볼륨 스케일을 그대로 따르면서 사실적이고 매끈하게, 그리고 그 뒤쪽(2D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쪽)은 마치 낭떠러지처럼 무너지고 할퀴어지고 패어 들어간 자국들이 미녀를 기절 시킨 마녀의 가시 숲을 연상시키도록, 그래서 마녀의 마법이 불러일으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사실적이면서도 상징적인 기이한 방식, 일종의 ‘해체주의적 사실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방식이다. 얼핏 보아 녹아내린 촛농처럼 볼품없고 버려진 물건처럼 아주 작은(그러나 그것이 작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인포멀(formless form)하고 반-형태적(anti-form)인 이 소품 조각은 그의 어릴 적 감정적 충격의 기원을 마치 무대미술가의 설치구조물처럼 물질적ㆍ구조적으로 드러내어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심리적으로 해체하는 효과를 거둔다.


 


의류회사의 로고 그림을 입체화한 <아픈 제만>(2009)은 로고 이미지 속 소년의 신체적인 상태에 대한 상상적인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한 작업이다. 평면으로 만든 이미지를 입체화하면서 평면에서 제시되지 않은 어떤 실마리들을 찾아내 덧붙여서, 이를테면 그 소년의 마음이나 감정의 상태 혹은 감추어진 질병 같은 것을 상상적으로 찾아내어 그것을 추가하여, 다시 만든 조각인데 여기서 소년은 (마치 정신박약아나 신체장애자처럼) 콧물과 침을 흘리고 있다.


 


대체로 그의 설치작업들은 그 주제가 개인적이고 초점이 뚜렷하고 제작의 공예적 내공이 세심하다는 특징이 있다. 아마도 지향의 방향(내면 지향)과 강한 집중성에서 유래하는 특징이 아닐까 생각된다. <흔적>(2007), <거기 제리 말고 누구 없어요? (2007), <풍경>(2007), <달콤한 >(2007), <비극을 부르는 비>(2009), <지평선과 해골>(2009) 등에서 대체로 공통적으로 그런 점을 느낄 수 있다. 현재 그가 진행 중인 작업은 ‘프로젝트 휴거’이다. 1992년 우연히 기독교 신앙의 시작과 동시에 ‘휴거소동’을 목격한 그는 그 이후 현재까지도 신의 존재, 천국과 지옥에 대한 상상과 관련해 떨쳐낼 수 없는 공포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작 중 바닥에 설치된 큰 작품이 그 중 하나다.


 


강상우에게 있어서 구름 낀 밤하늘 같은 몽환계에 산다는 것과 유니크한 예술을 향한 헌신(“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예술 밖에 없다”)은 거의 같은 의미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현재와의 관계라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아마도 날씨나 음악 정도만 빼고는. 그는 과거의 기억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것, 차용할 수 있는 것, 레퍼런스가 되는 것에만 관심 있다. 현재 즐겨보는 10년 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도 언젠가는 작업할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남들도 다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다른 곳이 아닌 네덜란드로 유학을 결정한 것도 그 때문이라 한다. 예술에 대한 그의 신뢰는 거의 종교적일 정도다. 그것은 순수하고 진지한 무엇이며 그리고 무중력계인 그 무엇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것이 좀 불안하다. 그의 작품 가운데 하나로 (2008)란 제목의 조각 작품이 있다. 시한부 종말론자들이 제작한 심판의 날을 다룬 삽화들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상상하여 만든 3D구름 모형이다. 작품 명제에 쓰인 ‘Rapture’의 의미는 미칠 듯한 환희를 뜻하기도 하고 휴거를 뜻하기도 한다(그러니까 ‘환희의 구름’이란 뜻도 되고 ‘휴거 날의 구름’이란 뜻도 된다). 나에게 그의 이미지는 이 구름의 이미지와 다소 겹쳐 보인다. “나는 정말로 내 미래가 궁금하다” 그의 스케치북 속 한 드로잉에 쓰여 있던 글귀이다. 휴거가 그의 예술을 비껴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 성완경


 


 


 


 


 


작가 약력


 


학력


2009 샌버그 인스티튜트 Fine Arts department 졸업, 암스텔담, 네덜란드, 석사


200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학사


 


개인전

2020 Leftover, 연석산미술관, 완주

2019 여자의 변신은 무죄,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2017 Great Daddy (이인전), 아트선재센터, 서울


D(M)ental, 금천예술공장 PS333, 서울


2015 스타차일드와 몽실통통, 스페이스몸 미술관, 청주

2014 똘이장군: 21세기편 (이인전), 경기창작센터 테스트베드, 안산

2013 Shout at the Wall, 코너아트스페이스, 서울


그림으로 알아보는 아동심리,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 안산


2011 다크 순풍, 경기창작센터, 안산

2010 쌓이지 않는 눈, OCI미술관, 서울

2008 강상우, 다이애나 스티그터, 암스텔담, 네덜란드


 


단체전

2020 소통 3 : 완주군 레지던시 교류전, 누에아트홀, 완주

2019 에코 챔버: 사운드 이펙트 서울 2019, 스튜디오 독산, 서울


프리뷰,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대나무 숲의 아메바들, 아마도 예술공간, 서울


2018 제주국제아트페어, 제주시민회관, 제주도

2017 Dream’s Gates : 확산하는 꿈, 현대백화점 토파즈홀, 성남

2016 오복시장, 신흥시장, 서울


Sensible Reality 감각적 현실, 서울시청 시민청, 서울


2016 서울아트스테이션, 서울버스터미널, 서울


60sec Art, 사비나미술관, 서울


2016 Cre8tive Report, OCI 미술관, 서울


2015 Cre8tive Report, OCI미술관, 서울

2014 똘이장군: 21세기편 (강상우, 홍남기 이인전), 경기창작센터 테스트베드, 안산

2013 From I to I, EXCO, 대구

2012 말없는 언어, 몸 미술관, 청주


슬로우 아트, 한.갤러리, 파주


2011 시티넷 아시아 2011, 서울 시립 미술관, 서울


동방의 요괴 in the City, 충무아트홀, 서울


2010 미리보기, OCI미술관, 서울


Must I Paint You A Picture?, members show, 트랜스미션 갤러리, 글래스고, 영국


2009 레이첼 페더슨, 강상빈, 강상우, 빌라 디 뱅크, 엔스키데, 네덜란드


상빈&상우 – 믿는자와 의심하는자 테템 2, 엔스키데, 네덜란드


엄브렐러, 오갠하우스, 총칭, 중국


2008 쿤스트 라이, 암스텔담, 네덜란드


 


선정 / 수상


2020 아트비트 갤러리 전시공모작가 1위 선정

2013 이머징 아티스트, 서울시립미술관, 한국

2011 Art in Culture 동방의 요괴 선정 작가

2010 OCI YOUNG CREATIVES, OCI미술관

2009 문예진흥기금


프로젝트 ‘엄브렐러’, 총칭, 중국


 


레지던시


2021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천안

2019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2018 금천예술공장, 서울

2015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2011-14 경기창작센터 기획레지던시

2010-11 경기창작센터 창작레지던시

2009 호텔 블루밍 레지던시, 겐트, 네덜란드


 


이메일


ksw2847@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