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0–18시
작가이름
김혜나전시명
《캔버스 인형놀이》기간
2010. 09. 03 - 09. 25장소
OCI미술관김혜나가 그린 그림_캔버스 인형놀이
그들은 얼마나 추한가! 눈알도 입술도 없이, 들창코에, 살갗은 불에 탄 듯 어그러져 있거나 벗겨져 붉은 속을 다 드러내고, 창피한 줄 모르고 건방지게 이죽거리며, 때론 소녀처럼 놀라고 부끄러워하면서, 동물처럼 서로 기대 의지하고, 오롯이 깃대를 휘날리며 의지의 승리를 불태우는, 축축 늘어져 들러붙는 정액과 같은 점액질에 둘러싸여, 손과 발이 죄인처럼 절단된, 김혜나의 작품에 줄곧 등장하는 유사-인간 형상들(이것은 정말 인간인가?).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형상은 그의 “신체적 ․ 정신적 콤플렉스로부터 태어난 인물들”이다. 캔버스에 나타난 형상의 기원을 밝히는 작가의 다소 진부한 발언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애초부터 모자라게 태어난 이 ‘인물들’이 김혜나 작품의 전부이거나, 아무것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혜나가(를) 부려 먹는 형상들은 일견 전후 맥락이나 별다른 사연 없이 후다닥 득세했다 완전히 괴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물들이 갖는 형상의 진화에는 나름의 서사가 있다. (이때 서사란 기실 다양한 양상의 신체 훼손 욕망을 일컫는다. 손발이 잘려나가는 과정에 “아쿠신나”, 정상적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고 “더 무섭다”, 목을 떼어내 “어른이 됐구나” 같은 텍스트를 삽입한 그의 드로잉에는 신체 변형에 대한 작가의 흥분이 잘 나타난다). 첫 개인전부터 현재까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게 하나의 인간이라 하기엔 여전히 불완전한 모습으로, 끊임없이 인간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변이한다. 속을 알 수 없는 모호한 표정의 “못생긴 것들”(2007년 대안공간 루프의 개인전 제목은
인물 형상을 짓고 허물거나 뒤엉켜 놓으면서, 인물마다 나름의 기억과 감정의 층위를 갈라 담는 김혜나의 작업은 캔버스를 방바닥 삼아 펼치는 인형놀이라 할 수 있다. 일종의 자가 생산된 자위의 오브제로 기능하는 이 형상들은 작가가(를) 갖고 노는 인형들이다. 인형놀이의 1차원적 매력은 ‘나’라는 주인과 인형이라는 ‘너’의 명확한 주종 관계에 있지만, 인형놀이의 전복성은 권력관계가 매몰되는 틈과 경계에 있다. 서툰 자기 고백과 반성, 자기 위안과 기만, 죄책감 없는 신체 훼손의 두려움과 기쁨, 인형 뒤로 숨는 비겁함과 안도감, 정신분열에 가까운 손쉬운 감정이입과 성격 전환의 카타르시스, 거듭 반복하며 변형되는 판타지의 서사 등이 인형놀이에서 ‘나’와 ‘너(인형)’를 오갈 때 발생하는 몇 가지 심리 기제이다. (물론 인형놀이는 실제 시스템을 붕괴시키지 않는다. 이것이 인형놀이의 더 놀라운 전복성이다.) ‘머리’보다 ‘손(몸)’이 먼저 형상을 그리기 시작한다는 작가에게, 이 인물들은 이미 이성적 통제를 벗어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혜나는 캔버스에 나타난 인물 형상을 가능한 공격적이고 무섭게 보이도록 그려, 이를 통해 ‘나’와 ‘내가 그린 그림’이 강해지고 싶다고 말한다. ‘나’와 ‘내가 그린 그림’을 등가에 놓는 이런 주술적 태도는 인형놀이의 기본 룰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필휘지(一筆揮之) 하듯 거친 선으로 조합된 인물 형상과 그림의 배경은 그의 작품을 부질없는 ‘희망 부적’처럼 보이게 한다.
인형놀이가 그렇듯 김혜나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작가의 기억과 경험에서 출발한다. 가령, 유사-인간 형상의 둥근 얼굴은 유년시절 집에 있던 수술용 가위의 손잡이에서 출발한다. 어느 날, 작가는 이 가위 손잡이를 완벽한 원의 이상형으로 삼고 벽면과 종이에 그 형태를 연방 따라 그렸다고 한다. 가위와 둥근 얼굴은 또 다른 경험의 기억으로 점프한다. 방에 누워 가위를 가지고 놀다가 손을 벤 경험은 그 가위가 얼굴에 떨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끔찍한 상상으로, 최종적으로 언젠가 눈이 멀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전이된다. 이러저러한 연상 작용을 거친 작가는 그림 속 인물들을 눈에 리본(작가에 의하면 이는 뱀의 혀처럼 끝이 갈리진 ‘혀’라고 한다)을 감싸고 있거나 눈에서 검고 붉은 무엇인가 툭 터져 나오는 모습으로 그려 넣는다.
툭툭 끊기며 점프하는 기억과 무의식의 혼합을 내용으로 삼는 김혜나의 ‘인형놀이’는 실제 공간과 오브제가 아닌 캔버스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때의 캔버스는 마치 내면세계를 투사하는 스크린과 같다. 2009년 개인전에서 선보인 캔버스 구성 방식은 마치 한 인물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자잘한 사건과 인물을 관조하는 전체 시점의 ‘나’란 큰 존재가 놓이고(때로는 커다란 둘이나 셋의 얼굴이 서로 마주하며 힘을 겨룬다), 파도처럼 펼쳐진 깃발의 무리는 내면의 심산한 풍경 노릇을 맡고 있다. 또한, 김혜나는 캔버스 속 깃발이 실제 공간에 튀어나온 것처럼 흰 천에 붉은 선으로 인물들을 그려 넣고 전시장 천장을 덮어버렸다(이때 천에 그려진 작품은 <마침내>이다). 기존의 벽화 작업이 캔버스와 전시장 벽면의 선후 관계를 뭉개고 캔버스의 틀에 한정된 그림의 에너지를 전시장 전체로 분출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는 전시장 전체(작가를 포함한 개별 작품과 관객까지)를 지켜보는 제3의 시선을 스크린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안될 이유는 없지만) 캔버스를 일기장으로 삼는 태도와 이것을 낙서와 같은 화법(畵法)으로 둘처대는 방식은 자기 고백을 예술 활동의 ‘진정성’이라 여기는 일단의 젊은 작가들에게서 지긋지긋하게 찾아볼 수 있다. 김혜나 작품도 이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신체적 ․ 정신적 콤플렉스로부터 태어났다는 유사-인간 형상들, 주술에 가까운 치유로서의 회화, 다양한 신체 훼손 욕망, 눈과 얼굴을 휘감는 리본이나 깃발과 칼과 별 모양의 부메랑의 도상학적 기호, 거기에 숨은 사적 경험에서 받은 심리적 상처 등. 김혜나의 캔버스를 정신분석의 틀로 바라보는 ‘짓’은 어느 정도는 설득력 있을 수 있겠다. 그의 인물들을 인형놀이와 결부시킨 이런 해석도 이와 어느 정도 상부한다. 김혜나의 ‘캔버스 인형놀이’가 내적 고백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형상들을 작가 스스로 ‘나’라고 정의하는 순간부터 발생했다. 하지만, 김혜나가 이제 그 인물들을 통해 김혜나만의 ‘무엇’인가를 획득한 현재 시점에서, 이런 분석은 어디까지나 후일담 노릇을 할 뿐이다. 놀랍게도, 나는 어디에서도 김혜나의 ‘인물들’을 누군가 얘기하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래서 현재 김혜나의 작품에서 이 인물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이는 김혜나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 김재석
작가 약력
학력
2006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 졸업
2003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1 데이즈, 이유진갤러리, 서울
2020 허밍, 더 그레잇 컬렉션, 서울
2019 골든, 갤러리 플래닛, 서울
2018 로그 캐빈 로맨스, 갤러리 조선, 서울
2016 달과 게, Gallery EM, 서울
2015 White atmosphere, 김리아갤러리, 서울
2014 물사람, 갤러리 보는, 서울
2013 6, 자하미술관, 서울
2011 Yes, You did it, 갤러리2, 서울
2010 캔버스 인형놀이, OCI미술관, 서울
2009 내가했던 것들, 갤러리2, 서울
2007 How ugly they are!, 대안공간 루프, 서울
Forget it, 갤러리 현대-윈도우 갤러리, 서울
2006 김혜나 개인전, 인사미술공간, 서울
단체전
2020 타임리스, 신세계백화점 본점, 서울
그 상상의 대화, 누하스아뜰리에, 서울
2019 바람이 부는 모양, 스페이스 소, 서울
그린그린그림, 이유진갤러리, 서울
2018 인덱스, 서울시립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 서울
blooming in the new year, 롯데갤러리, 서울
2017 리빙 앤 아트, innen & salon de H, 서울
2016 ppp, studio148, 서울
처음보는 공원,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15 blue, salon de H, 서울
육감, OCI미술관, 서울
2014 touchable-2인전, 청춘플랫폼, 서울
헬싱키 물산, 스페이스 오뉴월, 서울
오늘의 살롱, COMMON CENTER, 서울
낙서4, 언오피셜 프리뷰갤러리, 서울
2013 공존의 방법, 샘표스페이스, 이천
샘표 갤러리 프로젝트, 우리발효연구중심 센터, 충북 오송
2012 진도소리, 신세계갤러리, 서울-광주
스테잉 얼라이브,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 서울
2011 충동, 보안여관, 서울
Wall painting project, MK2 Art Space, 베이징, 중국
2010 신진기예, 토탈미술관, 서울
Up and Comers, 토탈미술관, 서울
As If You Know, 안도파인아트, 베를린
2009 원더플 픽쳐스, 일민미술관, 서울
더블판타지, 마루가메 이노쿠마 겐이치로 현대미술관, 오사카
MUSEUM2, Korea art gallery, 부산
2007 Visual Sound, 카이스 갤러리, 서울
2005 열전, 인사미술공간, 서울
Inside Out, 대안공간 루프, 서울
수상
2017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창작활성화지원-기획프로젝트지원
2014 에트로 미술상-에트로 코리아
2013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창작활성화지원-기획프로젝트지원
2012 제2회 자하리스트 선정- 자하미술관 개인전 지원
2011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창작활성화지원-기획프로젝트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일반공모형 해외 레지던스프로그램 참가지원
2010 OCI문화재단 작가선정-수상금수여 및 개인전 지원 송은미술대전 입선
2007 대안공간 루프 지원 작가선정-개인전 지원
200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프로그램지원
2005 제 27회 중앙미술대전 입선
레지던시
2012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
2011 콜아트 레지던시, 베이징, 중국
2007-2008 쌈지스페이스 스튜디오
작품 소장
서울시립미술관, 한국 ETRO, 한국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 센터, 한국 안도파인아트, 베를린, 독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한국 OCI미술관, 한국 Artothek/ Kulturamt, 쾰른, 독일 쌈지, 한국 프로젝트 2019 리센트워크갤러리 프로젝트, 디스위켄드룸+ 서울로미디어캔버스 2017 관찰자의 방, studio148, 서울 2014 물사람, 갤러리 보는, 서울
이메일
keemhyen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