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우
전시서문
강상우 작가노트
평문
2010 OCI YOUNG CREATIVES 《쌓이지 않는 눈》
시간 여행자, 이미지의 연금술사
-강상우의 작은 그림들과 설치작업
강상우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그의 작업은 자신의 과거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구멍과 같다. 들여다보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머리가 통째로 그 구멍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일지 모른다. 그는 이쪽이 아니라 저쪽에 있다. 그에게 현재는 없다. 현재란 그에게 무의미한 회색공간이고 아무 소리도 대화도 들리지 않는 비현실계일 뿐이다. 그의 의식의 핀 홀을 통해 포착되는 유일한 빛은 현재의 이곳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와 꿈으로부터 온다. 그는 자신의 기억 속에 서식하는 어떤 사실, 이미지, 사건, 인물 등에 집착하면서 그것들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태도의 변화를 꼼꼼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을 즐긴다. 자신이 개인적으로 간직한 인상적인 기억들과 그에 연관되어 강화되거나 변화, 소멸되는 향수, 상실감, 또는 단절감, 고립감 등 자신의 감정의 변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드로잉, 회화, 조각, 설치, 사진 등을 통해 재조립하고 재가공한다. 때로는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영화나 비디오, 만화, 광고 혹은 명화 이미지 등 이미지를 차용할 때도 있다.
그가 지난 10년 동안 A4 절반 남짓한 작은 크기의 스케치 북에 그려온 주먹만한 크기에서 계란 프라이 정도 크기의 약 1500점의 칼라드로잉들이 바로 그런 거꾸로 가는 시간 여행의 궤적이다. 그것들은 콩테, 투명 마커 등을 재료로 해서 그만의 다소 비밀스런(!) 테크닉으로 작업한 것인데 크기가 작지만 채색 회화 못지않은 밀도와 내공이 들어간 정교한 그림들이다.
이런 드로잉들의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먼저 눈에 띄는 게 어린 시절의 가족에 관련된 추억이나 공상, 꿈에 관련된 것들이다. ‘엄마고래 새끼고래’ 등 옛날 인형이나 장난감들, 삼형제가 같이 앉아 뭐 먹는 것. 소년이 엄마의 팔다리를 주물러드리는 장면 등. 엄마와 아이는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아기 조카를 처음 보았을 때 떠올린 감정을 그린 그림도 있다. 가족에 관련된 이런 소재의 드로잉들은 아마도 유모차 끌고 나온 주부 등 그가 유학 시절 살았던 동네의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이 고향과 어린 시절에 대한 그의 향수를 자극한데서 기인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그밖에 유에프오, 밤하늘의 구름, 이카루스를 그린 것도 있고 꿈에서 나온 생생한 장면이나 풍경들을 그리기도 한다. 무심히 본 장면이나 스쳐지나가는 생각 이런 것들도 그는 놓치지 않고 담는다. 껌이 안 뱉어져 짜증내는 네덜란드 거리에서 본 소녀, 거꾸로 된 도로에서 뒤집혀 있는 차 등 좀 우스꽝스럽거나 기이한 장면들도 있다. 또 다른 많은 것들로 영화나 음악 만화 삽화그림 속에 그 이미지들이 환기하는 감정과 더불어 그 장면 속에 들어가서 자신이 본 혹은 느낀 서정을 그리거나 구성해기도 하고 간혹 서양 페인팅 고전 그림이나 판화 그림을 차용한 것들이 있다. ‘돌아이’ 같은 영화의 신문광고나 관운장의 투구에 황충의 화살이 꽂힌 순간을 그린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의 한 장면, 산울림의 김창완 노래, 미국 컨츄리 송 가수 조니 캐쉬, 영화 ‘고래사냥’,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등. 무작위적으로 시작해 형태를 찾아가는 그림도 있다. 어떤 이미지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이고 표현적이고, 또 다른 이미지들은 은유적이고 추상적이고 해독되기 어려운 암호처럼 제시된다.
이와는 달리 무의식적인 사고를 외부로 이끌어 내고 이를 구체적으로 개념화하거나 언어화하여 입체, 페인팅 작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킨 것도 있다. 2008년 작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그가 어린 시절 느꼈던 특정한 이미지에 대한 공포를 다룬 작은 조각 작품인데 기억, 감정, 이미지에 대한 이 작가의 태도나 ‘재현’ 문제에 대해 작가가 작업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잘 엿볼 수 있다. 그가 이 디즈니 만화영화를 처음 보았던 것은 초등학교 2학년 시절(1985년)인데 나중에 그는 23년 전에 가졌던 공포감의 원인이 다른 장면보다 더 입체적으로 묘사된 한 장면 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어렸을 적 본 그대로 미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입체화하여 당시의 감정적 충격을 상징화하여 보여줄 생각을 갖는다. 이를 위해 그는 관객 쪽으로 등을 보인 채 엎어져 쓰러진 미녀의 풍성한 머리칼과 등을 감싼 옷자락을 당시 2D 화면 속의 머리칼, 옷 등의 볼륨 스케일을 그대로 따르면서 사실적이고 매끈하게, 그리고 그 뒤쪽(2D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쪽)은 마치 낭떠러지처럼 무너지고 할퀴어지고 패어 들어간 자국들이 미녀를 기절 시킨 마녀의 가시 숲을 연상시키도록, 그래서 마녀의 마법이 불러일으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사실적이면서도 상징적인 기이한 방식, 일종의 ‘해체주의적 사실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방식이다. 얼핏 보아 녹아내린 촛농처럼 볼품없고 버려진 물건처럼 아주 작은(그러나 그것이 작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인포멀(formless form)하고 반-형태적(anti-form)인 이 소품 조각은 그의 어릴 적 감정적 충격의 기원을 마치 무대미술가의 설치구조물처럼 물질적ㆍ구조적으로 드러내어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심리적으로 해체하는 효과를 거둔다.
의류회사의 로고 그림을 입체화한 <아픈 제만>(2009)은 로고 이미지 속 소년의 신체적인 상태에 대한 상상적인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한 작업이다. 평면으로 만든 이미지를 입체화하면서 평면에서 제시되지 않은 어떤 실마리들을 찾아내 덧붙여서, 이를테면 그 소년의 마음이나 감정의 상태 혹은 감추어진 질병 같은 것을 상상적으로 찾아내어 그것을 추가하여, 다시 만든 조각인데 여기서 소년은 (마치 정신박약아나 신체장애자처럼) 콧물과 침을 흘리고 있다.
대체로 그의 설치작업들은 그 주제가 개인적이고 초점이 뚜렷하고 제작의 공예적 내공이 세심하다는 특징이 있다. 아마도 지향의 방향(내면 지향)과 강한 집중성에서 유래하는 특징이 아닐까 생각된다. <흔적>(2007), <거기 제리 말고 누구 없어요? (2007), <풍경>(2007), <달콤한 >(2007), <비극을 부르는 비>(2009), <지평선과 해골>(2009) 등에서 대체로 공통적으로 그런 점을 느낄 수 있다. 현재 그가 진행 중인 작업은 ‘프로젝트 휴거’이다. 1992년 우연히 기독교 신앙의 시작과 동시에 ‘휴거소동’을 목격한 그는 그 이후 현재까지도 신의 존재, 천국과 지옥에 대한 상상과 관련해 떨쳐낼 수 없는 공포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작 중 바닥에 설치된 큰 작품이 그 중 하나다.
강상우에게 있어서 구름 낀 밤하늘 같은 몽환계에 산다는 것과 유니크한 예술을 향한 헌신(“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예술 밖에 없다”)은 거의 같은 의미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현재와의 관계라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아마도 날씨나 음악 정도만 빼고는. 그는 과거의 기억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것, 차용할 수 있는 것, 레퍼런스가 되는 것에만 관심 있다. 현재 즐겨보는 10년 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도 언젠가는 작업할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남들도 다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다른 곳이 아닌 네덜란드로 유학을 결정한 것도 그 때문이라 한다. 예술에 대한 그의 신뢰는 거의 종교적일 정도다. 그것은 순수하고 진지한 무엇이며 그리고 무중력계인 그 무엇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것이 좀 불안하다. 그의 작품 가운데 하나로
- 성완경
2015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환상의 수행성과 강상우의 환상적 사실주의
강상우 작가의 작업을 처음 보게 된 자리는 여러 작가들의 포트폴리오가 쌓여있던 어느 심사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높은 집중도와 강한 개성을 지닌 그의 포트폴리오는 다분히 멜랑콜릭한 도시적 감상과 가변적 오브제들의 개념설치작업들 가운데서 확연히 구별되었다. 특히 그의 드로잉 시리즈는 한 장 한 장 성화 아이콘을 뽑아내듯 오랜 시간에 걸쳐 걸러낸 압축적 심상들과 화구와 터치, 채색, 구성을 달리하며 감정의 질감을 온전히 표현해 낸 작품들이었다.
몇 년이 지나 <똘이장군 : 21세기편>(2014)이라는 프로젝트를 마친 그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드로잉을 계속 진행하면서 오브제와 평면을 이용한 혼합매체 설치를 병행하는 부쩍 다층적이고 복잡해진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가가 시도하는 작업에 비해 그의 작업에 대한 담론들은 사적 기억, 트라우마, 아동심리, 감정 등 기억의 환원적 호출과 그 이유를 설명하려는 정신분석학적 수사들을 맴돌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자신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기억에서 작업을 시작하지 않는 작가가 있을까. 그렇다면 어느 작가의 특성을 접근하려는 질문은 그가 어떤 종류의 기억을 구사하며, 그래서 그의 작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다 개념적이고 구조적인 속성을 고찰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령 강상우 작가는 기억을 복원해 실증적 서사로 풀어내는 도큐멘터리스트가 아니며, 그렇다고 프리다 칼로처럼 개인의 기억서사와 환상, 거시사를 합성하여 신화적인 에픽 서사를 만드는 스토리텔러도 아니다. 내가 보기에 강상우 작가에게 기억은 의식적 판단이 유보된 무궁무진한 이미지 텍스트들의 하드 드라이브로서 작가는 그곳에 오래 남아있는 이미지들을 재방문하며 그들이 자신과 타인,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새롭게 보이는지 관찰한다. 이러한 그의 탐구는 2010년 개인전 <<쌓이지 않는 눈>>의
이후 작가도 자신에게 주로 어떤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는지 한동안 이미지의 종류와 내용을 탐구했던 듯 하다. 자신의 아버지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드라마 속의 중년남성을 모티브로 한 2011년의 <다크 순풍>과 2013년의 <벽에 대고 외쳐라>는 저항, 사랑, 고뇌, 고독과 같이 현실에서의 정신적 숭고미를 직간접적으로 표출한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광고 이미지부터 꿈, 만화 속 장면, 거리에서 마주친 일상의 장면 등 다양한 소스와 성격의 인상들로 채워진 그의 드로잉을 볼 때, 나는 작가의 관심이 초월적으로 고양된 숭고한 정신성에 있다기 보다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비져너리한 환상과의 조우에 걸쳐 있는 게 아닐까 추론하게 되었다. 번쩍이는 섬광을 내뿜는 흰 운동화(슈퍼카미트), 고적한 황야에서 줄 없는 거대 첼로를 연주한 여인(격조), 밤하늘에서의 구름 바다를 내려다보는 비행기 속의 신부(허니문) 등은 다소 생경한 사적 레퍼토리들이지만, 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현실의 이면을 되비추는 환상이라 파악했다. 환상은 소재나 이미지 코드가 아니라 그 역할로 정의된다. 환상은 태생적으로 현실에서 추방된 언캐니들이 귀환하면서 아무 문제가 없는 척 하는 현실을 교란하고 심문하는 메커니즘이다. 강상우 작가는 환상 장르의 모티브들을 차용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환상적 이미지와 경험이 어떻게 실제와 긴장하고 현실과 관계를 맺는지 이른바 환상의 수행성을 관찰하는 듯하다. 리얼리티에의 전복을 태생적 속성으로 지닌 환상을 차용하고 환상의 수행성을 관찰하는 작가의 작업세계에는 필연적으로 문화 정치적 비판을 함의하게 된다. 나는 이러한 그의 작법을 조심스럽게 환상적 사실주의라 여기고, 그의 작업을 분석하는 구조적, 개념적 틀로 삼기로 한다.
<똘이장군 : 21세기편>(2014)은 이미 강력하게 중재되어 버린 이미지 텍스트를 작가가 교란시키고 해체한 프로젝트인데, 그렇다면 이 경우는 우선 이미 존재하는 환상(특히 고약한 왜곡을 통한 다크 환타지)을 전유해 다시 역환타지를 구사하는 전략을 예상할 수 있겠다. ‘마법망토’에서 작가는 악당의 우두머리인 붉은 수령이 소년 영웅에 패하여 몸집이 작아지면서 입고 있던 망토가 꺼지고 그 속에서 새끼돼지가 도망치는 장면을 패러디한다. 작가는 망토 밑 동물의 정체를 모호하게 처리하고 그 이미지를 점토 입체조형으로 제시함으로써 악의적인 다크 환타지의 재생산을 방해할 뿐 아니라 환상의 역할을 공포와 위협의 조장에서 본연의 그것, 즉 실제에 대한 질문으로 전환시킨다. 정체가 묘연하게 홀드되어 있는 망토 밑의 존재는 그 정체가 무엇인지 스스로 밝히진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정체규명의 의도적 지연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붉은 수령 = 돼지라는 도식에서 해방된다. 작가가 기존의 환상을 방해하고 실제를 향하게 하는 이러한 시도는 악명 높은 반공 프로파간다 만화였던 <똘이장군>에의 대응 프레임에서 북한에 대한 반복적인 (흑색) 이미지 재생산을 저지하고 남한의 언캐니인 북한의 실재를 질문케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제일 좋은 친구’는 만화에서 차용한 배경 이미지들을 여러 장의 셀화에 그려 겹쳐보도록 설치한 작품인데, 작품은 남, 북한의 명산과 청와대, 주석궁, 5.18때 학살된 희생자들과 압록강에서 동사한 시신들의 이미지들을 한 시선에 보이게끔 해준다, 작가는 중재된 이미지들을 해체하고 그것을 재배치하여 관념화된 남북한의 이미지를 흔들 뿐 아니라, 남북한의 현실에서 실제일 수 없는, 혹은 추방된 언캐니의 단상들을 삽입해 놓은 것이다.
나는 문자 환상에도 예민한 작가가 선택한 마법망토라는 제목이 작가가 구사하는 중의적 전략으로서의 환상성을 잘 함축한 개념어라고 생각한다. 환상은 실제가 선망하면서도 추방하는 실제의 욕망이다. 환상은 실제의 은폐와 선망의 역설을 노출시키는 존재로서 실제의 이미지 재생산을 방해하고 실제를 위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와 쌍이 되는 이미지로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실제와 환상의 관계를 볼 때, 환상은 곧 실제의 이란성 쌍생아라 볼 수 있는데, 그 존재는 규정 가능한 실체로 머물러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에 대한 전복성과 실제와 이미지의 결합을 계속 재조정시키는 수행성 속에서만 확인된다. 이렇게 보면, 마법망토는 한편으로는 실제와 환상의 관계를 설명해주면서 망토 속의 실체와 외연적 이미지를 바꾸는 환상의 속성을 그대로 닮은 개념어가 된다.
이번에 작가가 새롭게 선보인 <몽실통통>은 조립식 로봇 장난감 이미지와 포장박스가 지녔던 환상성을 차용하여 환상과 현실, 이미지와 실제의 각축을 전면에 부각시킨 야심작이다. 작가는 우선 망가 로봇 캐릭터 디자이너인 오바리 마사미의 환상적인 묘사 양식을 기억에서 재현해낸다. 그리고 그 환상적인 로봇 이미지가 수록된 포장박스를 드로잉이 아니라 사람크기에 육박하는 목재 박스로 제작하였다. 이는 각종 유혹의 문구가 가득했던 박스형식이 배가시켰던 정서적 경험을 스케일로 제시하고, 그와 함께 자본과 이국 환타지의 후광을 입은 ‘오바리 스러운’ 이미지들이 경이와 매혹의 파워로 각인되었던 경험을 조형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그 옆에 마치 실제 내용물로 조립한 모델인척 하는 조형물이 나란히 서있는데, 작가는 이 존재가 항상 이미지 보다 못하게 조립되었던 조형적 현실이라고 설명하였다.
나는 냉전이라는 개념적 프레임이 깔려있었던 <똘이장군 : 21세기편> 프로젝트를 떠올려, 오바리 스타일의 초현실적 리얼리티가 등장하는 <몽실통통>에는 자본과 대중문화의 식민성 프레임이 깔려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보았다. 자본과 대중문화의 식민성 프레임에서 볼 때 이러한 이미지-박스 환상과 마주서있는 실제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미지와의 대칭에서 이 존재는 물론 그보다 못한 현실일 수 있지만, 나는 어쩌면 이 문제적 존재가 원작의 환상적 이미지로부터는 거리가 먼 환상의 돌연변이로서 현실을 심문하는 본연적 역할을 매우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아픈 제만>에서 그럴듯해 보였던 외국 브랜드 로고의 이미지를 입체로 재현했을 때 침과 코를 흘리는 덜떨어진 이면이 들통난 것처럼 오바리 로봇의 돌연변이인 이 존재는 그 로봇의 이면을 들춰내는 올타에고와 같다.
강상우 작가는 단순히 기억을 복원하여 의도적인 환상을 재현하는 작가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가상현실과 각축하는 게임현실에 매혹을 느끼는 작가도 아니다. 그는 환상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환상적 이미지들이 현실의 변화에서 어떻게 변형되는지 관찰하기도 하고, 나아가 환상적 이미지들이 실제와 벌이는 여러 양태의 각축상태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의 작업에서 환상성은 현실서 억압된 필설불가한 이미지들이 회귀해 현실을 질문하는 조용한 개입부터(드로잉시리즈), 왜곡된 환상을 해체하여 이미지들의 결합에 교란을 일으키고 되살아난 언캐니들이 실제를 재구성하는 적극적 개입(똘이장군 : 21세기편), 그리고 환상으로부터 파생된 환상의 돌연변이가 비대해진 환상의 실제를 되비추는 전복적 증언(몽실통통)까지 다양한 구성과 양태로 전개된다.
동시대 환경에서 환상은 빛바랜 개념일지 모른다. 현실의 기상천외함이 환상을 압도함으로써 실제의 전복이나 수정을 자극하는 환상성의 수행효과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실제와는 동떨어져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초현실, 초월, 신비, 공포, 로맨스, 공상 등 박제화된 환상의 소재만이 난무한다. 그것을 인습적으로 재현하는 환타지아는 환상을 가장한 전형에 불과하다. 강상우 작가는 실제, 나아가 현실과의 관계에서 환상적 비젼들이 지녔던 파워를 기억하고 있다. 그것을 호출해 내어 이미지를 복원하고 조형물로 만들면서 이미지, 실체, 현실계에 대한 다양한 인식적 수행성을 타진하는 그의 방법론을 나는 감히 환상적 사실주의라 불러본다.
앞으로 많은 작업을 전개할 작가에게 이러한 내 독해가 과도한 설정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짧은 사유가 아무쪼록 작가의 지속적인 구상과 작업과정에 도움이 되는 구조적, 개념적 참고 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 김희진 (현대미술 독립 큐레이터)
CV
학력
2009 샌버그 인스티튜트 Fine Arts department 졸업, 암스텔담, 네덜란드, 석사
200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학사
개인전
2020 Leftover, 연석산미술관, 완주
2019 여자의 변신은 무죄,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2017 Great Daddy (이인전), 아트선재센터, 서울
D(M)ental, 금천예술공장 PS333, 서울
2015 스타차일드와 몽실통통, 스페이스몸 미술관, 청주
2014 똘이장군: 21세기편 (이인전), 경기창작센터 테스트베드, 안산
2013 Shout at the Wall, 코너아트스페이스, 서울
그림으로 알아보는 아동심리,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 안산
2011 다크 순풍, 경기창작센터, 안산
2010 쌓이지 않는 눈, OCI미술관, 서울
2008 강상우, 다이애나 스티그터, 암스텔담, 네덜란드
단체전
2020 소통 3 : 완주군 레지던시 교류전, 누에아트홀, 완주
2019 에코 챔버: 사운드 이펙트 서울 2019, 스튜디오 독산, 서울
프리뷰,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대나무 숲의 아메바들, 아마도 예술공간, 서울
2018 제주국제아트페어, 제주시민회관, 제주도
2017 Dream’s Gates : 확산하는 꿈, 현대백화점 토파즈홀, 성남
2016 오복시장, 신흥시장, 서울
Sensible Reality 감각적 현실, 서울시청 시민청, 서울
2016 서울아트스테이션, 서울버스터미널, 서울
60sec Art, 사비나미술관, 서울
2016 Cre8tive Report, OCI 미술관, 서울
2015 Cre8tive Report, OCI미술관, 서울
2014 똘이장군: 21세기편 (강상우, 홍남기 이인전), 경기창작센터 테스트베드, 안산
2013 From I to I, EXCO, 대구
2012 말없는 언어, 몸 미술관, 청주
슬로우 아트, 한.갤러리, 파주
2011 시티넷 아시아 2011, 서울 시립 미술관, 서울
동방의 요괴 in the City, 충무아트홀, 서울
2010 미리보기, OCI미술관, 서울
Must I Paint You A Picture?, members show, 트랜스미션 갤러리, 글래스고, 영국
2009 레이첼 페더슨, 강상빈, 강상우, 빌라 디 뱅크, 엔스키데, 네덜란드
상빈&상우 – 믿는자와 의심하는자 테템 2, 엔스키데, 네덜란드
엄브렐러, 오갠하우스, 총칭, 중국
2008 쿤스트 라이, 암스텔담, 네덜란드
선정 / 수상
2020 아트비트 갤러리 전시공모작가 1위 선정
2013 이머징 아티스트, 서울시립미술관, 한국
2011 Art in Culture 동방의 요괴 선정 작가
2010 OCI YOUNG CREATIVES, OCI미술관
2009 문예진흥기금
프로젝트 ‘엄브렐러’, 총칭, 중국
레지던시
2021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천안
2019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2018 금천예술공장, 서울
2015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2011-14 경기창작센터 기획레지던시
2010-11 경기창작센터 창작레지던시
2009 호텔 블루밍 레지던시, 겐트, 네덜란드
이메일
ksw2847@hotmail.com